양쪽 눈의 시력을 모두 잃은 시각장애인이 어렸을 적부터 꿈꿔왔던 단편영화 제작에 나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최근 전남 보성에서 중증장애인의 희망을 담은 영화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촬영을 마친 임덕윤(41)씨. 이번 영화에서 감독 겸 배우, 제작자까지 1인 3역을 해낸 그는 "고통스런 순간에도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었다"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고교 3학년 때부터 단역배우와 조연으로 충무로에서 영화 연출부 경험을 쌓던 임씨가 시력을 잃기 시작한 것은 2003년.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중 망막에 구멍이 나면서 출혈까지 생겨 수 차례 수술을 했지만 결국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고 말았다. 만성신부전증까지 겹치면서 20007년 초 왼쪽 눈마저도 시력을 잃었다.
영화감독의 꿈이 영영 멀어지는가 했지만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드라마 화면해설방송을 접하면서 다시 희망을 키우기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한국시각장애인 복지재단에서 컴퓨터 강좌도 받았다.
함께 단편영화를 제작했던 친구 등의 도움으로 콘티도 만들었고, 촬영현장에서는 사람처럼 관절이 움직이는 특수인형을 통해 배우들의 자세와 동선을 지시하며 영화를 찍었다.
어렵게 촬영을 마쳤지만 그의 영화가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앞을 보지 못하는 그가 머리 속에 그리는 이미지를 표현하려면 컴퓨터그래픽 작업이 필수지만 그 작업비는 큰 부담이다. 그래도 그는 영화개봉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힘을 주겠다는 꿈을 잃지 않고 있다.
임씨는 "장애에도 불구, 그다지 불행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서 장애인이 희망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며 "후반 편집작업을 마치면 데뷔작을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등에 출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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