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에 이어 이번에는 취임 후 첫 중동 방문길에 올랐다.
1일 이집트에 도착한 클린턴 장관은 홍해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리는 가자지구 재건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클린턴 장관은 미국 정부가 9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클린턴은 재건회의에서 미국과 함께 중동평화 4자 회담국인 유엔, 유럽연합(EU), 러시아 대표단들과 만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정착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계획이다.
클린턴 장관의 난제는 재건회의를 마친 뒤 예정된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지명자와의 회담이 될 전망이다. 보수파인 리쿠드당을 이끌고 있는 네타냐후 당수는 지난달 실시된 총선에서 패했지만 제3당의 지지를 바탕으로 연립정부가 구성되는 대로 총리직에 오를 예정이다.
클린턴 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1996∼99년 총리를 지낸 뒤 10년 만에 다시 이스라엘 권좌에 복귀하는 네타냐후 당수는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반대하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 이 때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버락 오바마 미 정부와 이견을 어떻게 조율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돼 왔다.
'두 국가 해법'은 '땅과 평화의 교환'이라는 취지로 2007년 11월 미국 아나폴리스 중동평화 회담에서 채택된 것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 지역과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건설한다는 방안이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 중동특사로 임명된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은 1월 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방문, "미국은 평화와 안정 속에 두 국가가 나란히 공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당수는 이와 반대로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독립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팔레스타인에 군대의 보유나 다른 나라와 군사동맹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데 반대하고 있고, 국경통과소 관리권과 항공관제권 등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팔레스타인에 '제한적인 주권'만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또 팔레스타인과의 완충지대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요르단 계곡 일대의 개활지와 유대 사막 등 서안 지역의 50%를 이스라엘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이 같은 좁히기 힘든 간극을 의식해서인지 지난달 아시아 순방 때 보여줬던 거침없는 화법과는 정반대로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테러단체로 규정돼 있는 하마스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미국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하마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를 포기하고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하마스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네타냐후 당수를 비롯한 이스라엘 극우세력들이 팔레스타인 독립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을 무력으로 봉쇄하는 명분으로 이용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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