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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철강지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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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철강지도가 바뀐다

입력
2009.03.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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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세계 최대 철강사로 부상한 아르셀로 미탈이 유동성 위기 속에 전체 직원인 3%(9,000명)를 감원키로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35%에 달하는 감산도 결정했다.

#2. 포스코는 올해 최대 2,000명의 신입사원과 인턴사원 1,600명을 뽑기로 했다.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우수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그간 확보한 막대한 현금(4조원 규모)으로 적극적인 M&A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게 신임 정준양 회장의 구상이다.

철옹성 같던 아르셀로 미탈의 추락조짐과, 불황기를 활용하는 포스코의 역(逆)발상적 공세.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철강업계 지도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스셀로 미탈을 위시한 유럽의 '철강 공룡'들이 경제적 빙하기를 견디지 못한 채 쇠락하고, 포스코와 신일본제철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할지 주목된다.

업계에선 이번 위기를 계기로 세계철강시장의 중심축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무너지는 유럽ㆍ미국 제철소

지난 수년간 세계 철강시장의 '미탈의 천국'이었다. 미탈은 1990년대부터 덩치를 키우기 시작, 카자흐스탄 카르멧 제철소를 비롯해 동유럽과 아프리카 지역 제철소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경기 호황기에 늘어난 철강수요는 미탈에 날개를 달아줬다. 인수기업 주가는 급등하면서 M&A 불패 신화가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서도 미탈은 ISG 등 미국 철강사들을 잇따라 사들였고, 2006년에는 `넘버 2'(미탈)가 '넘버 1'(아르셀로)를 삼키며 세계 최대 철강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아스셀로 미탈은 전세계 17개국에 33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공룡'이 됐다.

하지만 작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는 수요급감, 주가폭락(고점 대비 80%), 감산ㆍ감원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결국, 유동성 위기로 몰린 아르셀로 미탈은 유럽 후판업체 경영권 매각을 시작으로 사들였던 기업을 다시 내다팔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2007년 인도과 영국 기업 합병으로 탄생한 타타 코러스도 사정이 비숫하다. 수요급감과 부채증가 탓에 합병 2년도 안 돼 여기저기에 자산매각을 타진하고 있을 정도.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간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온 유럽 철강기업이 역M&A 과정를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상하는 아시아 철강기업

아시아 철강기업에겐 기회다. 물론 포스코도 40년만에 첫 감산에 나서는 등 한ㆍ중ㆍ일 철강사들도 경기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하지만 유럽철강사들에 비하면 여유가 있는 편. 특히 한국과 일본의 철강사들은 유럽 제철소가 덩치 키우기에 열을 올리는 동안 원가절감 및 판매확대를 통해 막대한 현금을 쌓아뒀다. 정부의 자금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에게도 호기다.

이에 따라 아르셀로 미탈(연산 1억2,000만톤)과 큰 격차를 두고 2위(연산 3,400만톤 내외)권에 몰려 있는 포스코, 신일본제철, JFE, 보상강철이 이번 격변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세계 철강산업 구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포스코의 새 선장을 맡게 된 정 회장은 지난 달 27일 취임식 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M&A에 적극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됨으로써 현금여유도 넉넉한 편이다.

신일본제철과 JFE도 글로벌 경영전략으로 M&A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중국의 경우 보상강철이 정부 철강산업 진흥계획에 따라 2012년 연산 8,000만톤 체제로 덩치를 키우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고, 안산강철과 무한강철 등도 5,000만톤급 회사로 부상할 채비를 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 탁승문 센터장은 "경기침체로 미국과 유럽이 주 수요처인 아르셀로 미탈 등 유럽 제철소들이 직격탄을 맞은 반면 그간 내실 성장을 기했던 아시아 철강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건실한 편"이라며 "이번 글로벌 위기가 아시아 철강사에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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