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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번역가로 나선 아나운서 손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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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번역가로 나선 아나운서 손미나

입력
2009.03.0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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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세계와 소통해요입양아 눈물겨운 얘기 엄마에게…'번역번역은 또다른 감동, 독자에게 전달 보람아샤 미로 만난건 인생의 선물이죠!

"아샤 미로가 책을 발간한 이후 인도에 여성을 위한 NGO단체를 만들었대요. 자신이 입양될 때와 같은 나이의 아이를 인도에서 입양해 키우고 있고요. 어떡해, 또 눈물 나네…."

아나운서, 아니 작가 손미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최근 자신이 번역한 <엄마에게 가는 길> 의 저자 아샤 미로와 만나 책이 나온 이후의 삶에 대해 들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마치 손미나와 함께 바다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이야기를 듣는 기자의 눈에도 눈물이 고일 만큼 그의 감동이 파도처럼 전해져 왔다.

흰 블라우스와 단정한 헤어스타일은 아나운서 시절과 다를 바 없었다. 그 열정은 분명 작가라는 새로운 명함에 더욱 어울려 보였다. 그는 지난 2006년 첫 책 <스페인 너는 자유다> 로 작가의 길에 접어들어 20,30대 여성들의 멘토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영국 동화 <연필하나> 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페인 책 <엄마에게 가는 길> 등 번역서를 내놓고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아나운서일 때는 100% 발가벗고 서지 못했지만 작가로 더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려고요. 처음 제 이름 앞에 '작가'라는 이름이 붙었을 때 과연 적합한가 생각했지만 이제 시작이니까 조금씩 가 보려고 합니다."

아샤는 인생의 선물

<엄마에게 가는 길> 은 사실 손미나의 제안으로 한국에 소개된 책이다. 그가 2004년 스페인에 머물 당시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일곱살에 스페인에 입양된 아샤 미로가 인도로 친부모를 찾으러 갔던 이야기에 밤을 새워 읽었다. 당시 스페인의 출판사로 당당히 찾아가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고 제안했고 출판사도 반겼다. 정작 한국의 출판사들이 "입양 소재는 시기 상조다"며 거절했다. 손미나는 자신의 두번째 책 <태양의 여행자-손미나의 도쿄 에세이> 를 낸 출판사에 이 책을 소개하자고 제안했다. 번역까지 해 6년 만에 한국에 소개하게 됐다.

손미나는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에서 석사를 마쳤다. 하지만 번역은 또 다른 문제였다. 전문적인 분야인 데다 사실 돈을 버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유학 시절 한국에서 입양된 아이들을 봤었어요. 너무 가슴이 아프고 한국인으로 미안했죠. 입양과 관련된 일을 할 기회가 있으면 꼭 하겠다고 생각했었죠."

손미나는 사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감정 전달을 실감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문맥 하나 하나를 고민했다. 책을 외울 정도로 수차례 들여다봤다. 작가로서 '글로 하는 유희'라고 생각하며 기꺼이 도전했다. 다행히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우리말과 문화에 대한 소양이 쌓였던 터라 물 흐르듯 번역을 했다.

손미나는 번역을 한 뒤 아샤 미로를 만나 그의 변화된 삶을 접하고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아샤 미로는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사망한 어머니를 기리며 어머니의 이름으로 인도에 여성을 위한 NGO 단체를 만들었다. 문맹인데다 힘들게 살고 있던 인도의 언니에게 양계장을 만들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줬다. 뿐만이 아니다. 자신을 버린 조국에서, 자신이 입양될 당시 나이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

"같은 아시아 여성으로서 이런 사람을 알게 된 게 인생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미래에 함께 여자에 대한 일을 하자고 했어요. 저랑 공통점이 많던걸요. 책으로 인생이 바뀐 것이나, 이름에 의미를 두는 것이나, 웃음도 눈물도 많은 것도요."

아나운서와 작가 사이

손미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것은 지난 2004년 스페인행이었다. 주변에서는 갑작스런 일로 받아들였지만, 손미나로서는 오래 준비한 일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언론학 석사를 했지만 처음부터의 계획은 아니었다.

"스페인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되더라도 괜찮다는 각오로 향했죠. 그동안 해 온 일이 모두 없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요."

손미나는 지난해 대청소를 하다 우연히 10년전 세워두었던 인생 계획을 적은 수첩을 발견했다. 초등학생처럼 동그라미를 그려 적어놓은 계획들이 어느새 이뤄져 있어 깜짝 놀랐다. 잊고 있던 계획서에는 아나운서 7,8년 쯤에 해외 유학을 하고 30세 쯤에는 이름을 단 책을 내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나도 이루기 어려웠던 일들을 한꺼번에 이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꿈을 갖고 매일 꿈에 다가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인생의 꿈을 향할 때 두려움도 생기지만,잊지 않으면 이룰 수 있거든요. 저보다 지혜가 많은 분들께 여쭤볼 수도 있고요."

손미나는 지난해에는 아르헨티나를 다녀왔다. 올 여름께 당시 경험을 담은 책을 내기 위해 집필 중이다. <엄마에게 가는 길> 을 통해 눈을 뜬 여성의 삶에 대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다.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책도 쓸 계획이다.

"앞으로 여성을 위한 책도 쓰고 싶어요. 우리 후배들이나 다음 세계에서 좋은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할 일이 정말 많거든요. 불어도 더 공부해 UN에서 일해보는 것도 꿈이에요. 아나운서요? 좀 더 책 쓰고 여행하며 경험을 많이 쌓아서 전문성을 살리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손미나가 진행하니 보고 싶다'고 할 만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나중에 하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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