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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막장 정치·막장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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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막장 정치·막장 언론

입력
2009.03.0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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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 현장에 있었다. '눈을 후벼 팠다'는 한나라당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이 대한민국 1,2,3 위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칠십 먹은 노인을 폭행범으로 몰고 있다. 이 정권이 왜 집요하게 언론을 장악하려 하는지 알 수 있다".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은 '언론악법 저지 민주주의 수호 결의대회'에서 국회 전여옥 의원 폭행사건의 진상과 보수언론의 보도 태도를 이렇게 규정했다.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은 그가 "폭행범으로 몰린 어머니는 기운도 없고 걸음도 못 걷는 분이다. 머리채도 못 잡는다"고 덧붙였다면서, 다른 이의 "오노 액션" 주장을 함께 부각시켰다.

■나는 현장에 없었다. 그러나 프레시안 등의 보도를 유심히 살펴보니, 동의대 사건으로 징역형을 산 학생의 어머니가 전 의원에게 달려들어 욕설과 함께 멱살이든 머리채든 잡고 실랑이를 벌인 것은 사실인 듯했다. 전 의원은 눈두덩에 맺힌 피멍으로 미뤄 누군가의 손이나 다른 무엇에 긁혀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였다. 물론 '눈을 후벼 팠다'고 과장되게 예단할 일은 아니다. 다만 칠순 노인도 욕설과 멱살잡이만으로 폭행혐의가 성립한다. 이 정도는 묵시적이나마 동의한 뒤 논란해야 정상일 것이다.

■사건의 중대성은 법원이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부산지역 대표를 지낸 이모(68) 씨의 구속영장 발부사유를 적시한 그대로다. 영장 실질심사를 맡은 판사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에 불만을 품고 국회 본관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으로 높은 체벌이 예상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씨의 유죄 여부는 재판에서 다툴 일이고 나름대로 억울한 사정과 나이, 건강 등은 법원이 헤아릴 것이다. 이런 사리를 외면한 채 대뜸 국회와 경찰 등의 '과잉 대응'을 비난하는 것은 본질과 지엽을 헷갈리게 하는 '오노 액션'이라 할 만하다.

■보수든 진보든 제대로 된 언론은 사건의 빌미가 된 모든 논란을 올바로 되짚는 게 순리이다. 동의대 사건 가담자에 대한 '민주화운동' 판정이 옳은 것인지, 재심을 추진한 전 의원의 입법활동이 타당한 것인지 올바로 분별하도록 돕는 것이 정상적 언론의 책무이다. 이런 본분을 좇기는커녕 언론의 기본조차 내팽개친 '목격담'을 버젓이 떠들고 전파하는 것은 이미 언론 활동이 아니다. '민주언론운동' 따위로 포장하지만, 나는 그걸 전 의원도 자주 앞장서는 '막장 정치'와 나란히 세상을 어지럽히는 '막장 언론'이라고 부르겠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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