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에게 "유가하락 예측 못하고 아일랜드 주식 매입" 서한
"나도 수익이 나는 해와 그렇지 않은 해를 미리 예견할 수는 없다. 올해도 내내 경제가 휘청거릴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증시가 오르거나 내릴 것인지 여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사진)이 지난달 28일 자신의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들에게 연례서한을 보냈다. 매년 초 공개되는 이 서한은 전세계 투자자들에게도 '복음'처럼 여겨지던 것이 사실. 올해 그의 조언은 혼란과 반성이 주를 이뤘다.
버핏에게도 2008년은 악몽이었다. 숱한 투자손실로 버크셔 주식의 주당 순자산은 9.6% 하락하며 버핏이 이 회사를 인수한 1965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주당 순이익(3,224달러)도 한해 전(8,548달러)은 물론, 당초 시장의 예상(5,534달러)에도 훨씬 못 미쳤다.
버핏은 서한에서 지난해 자신이 저지른 '멍청한(dumb) 짓' 두 가지를 고백했다. 국제 유가가 꼭지점을 찍기 직전 석유회사(코코노 필립스) 주식을 대량 매입한 것과 아일랜드 은행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그는 "작년 하반기 유가 하락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유가가 지금 수준(배럴당 40~50달러)보다는 올라갈 것으로 여전히 믿지만 최악의 투자 타이밍이었다"고 인정했다. 그가 2억4,400만달러 어치 주식을 사들인 아일랜드 2개 은행 시가는 지난해 말 현재 매입가보다 89% 폭락한 2,700만달러다. 주가는 지금도 폭락 중이다.
버핏은 현재의 혼란상에 우려를 표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위기조치에 대해 "전에는 컵 단위였던 경제처방이 요즘은 배럴 단위로 조제되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같은 반갑지 않은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우려했다. 수익률 제로(0)의 국채 같이 지나치게 안전자산으로만 몰리는 투자행태에는 "현금이 왕은 아니다"고 경계했다. 그는 "남들에게 큰 박수를 받는 투자를 경계하라. 사람들은 위대한 결정에는 하품만 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희망은 놓지 않았다. 버핏은 "만일 우리가 투자지분을 늘릴 여력이 있다면 오히려 요즘 같은 하락은 향유할 대상"이라며 공격적 투자 전략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김용식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