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씨티그룹에 대한 지분을 36%로 늘리기로 하면서 은행 국유화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그 득실을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실제로 2월 28일 미국 최대 보험사인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이 300억달러 규모의 우선주를 발행하고, 정부가 이를 매입하는 방식의 구제대책을 발표함으로써 지분 확대를 통한 국유화 확대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 정부는 그러면서도 "씨티그룹 지분 확대는 완전한 국유화가 아니며, 이 방식을 다른 은행에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국유화 확산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그러나 더글러스 엘리어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규제 당국이 각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주 안에 마치면 정부는 다른 부실 은행에 대한 지분을 늘릴 것"이라며 "다만 부실 자산 규모가 월등히 컸던 씨티그룹과 비교할 때 타 은행의 인수 지분은 적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미국 정부가 2월 25일 발표한 자금지원프로그램에 따르면 향후 2년간 경제적 악조건을 견뎌낼 수 있는지 살피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은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정부에 우선주를 넘겨야 한다. 전문가들은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 등이 다음 국유화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유화에 대한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2월 27일 씨티그룹의 주가는 38%나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119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국유화 하더라도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투자자와 납세자의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지분 확대 후 증자를 실시하면 기본 주주의 지분율은 현저히 하락하고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채무재조정 후 채권자의 피해가 커질 공산도 있다.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은 "경제가 악화일로에 있는데 국유화를 한다 해도 대출의 부실 자산화를 막을 수는 없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미국 정부는 1983년 당시 자산 6위 규모였던 컨티넨탈 일리노이 은행을 국유화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지분을 완전히 털어버리는 데 무려 7년이나 걸릴 정도로 후유증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유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전문가가 많다. 스탠더드&푸어스의 수석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와이스는 AP통신에 "정부 역시 국유화만은 막으려 노력했다"며 "하지만 부실자산을 방치했다가 문제를 키운 1990년대 일본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유화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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