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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범 정승희 검거… 여전한 의문점/ 가짜 지폐 6000여장 진짜 모두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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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범 정승희 검거… 여전한 의문점/ 가짜 지폐 6000여장 진짜 모두 불태웠다?

입력
2009.03.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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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 여주인 납치사건 용의자로 공개 수배된 정승희(31)씨가 범행 19일 만인 지난달 28일 은신처인 경기 부천 고강동의 한 쪽방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정씨가 인질 몸값으로 받은 1만 원권 가짜지폐 7,000매 가운데 739매를 오토바이 구입 등 네 차례에 걸쳐 썼고, 나머지는 은신처에서 모두 태웠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회수되지 않은 27매 이외 6,973매는 회수ㆍ소각된 만큼 가짜지폐의 대량 유통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씨가 가짜지폐를 숨겨 놓고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정씨 일당이 추가 납치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 등 경찰이 풀어야 할 의문점은 여전하다.

■ 남아 있는 가짜지폐 27매에 불과한가

정씨를 조사 중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1일 "정씨가 공범 심모(28)씨가 검거된 다음날인 2월14일 대포폰을 구입하면서 오토바이 택배기사에게 가짜지폐 30만 원을 건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씨는 지난달 서울 시내 3곳에서 발견된 가짜지폐 3장은 자신이 사용한 게 아니라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대포폰 구입대금 중 일부가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포폰 판매업자와 택배기사의 신원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추정이 맞다면 회수되지 않은 가짜지폐 27매도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정씨가 남은 가짜지폐 6,000여 장을 모두 태웠다고 진술했으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워 다른 곳에 은닉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경찰은 정씨의 은신처에서 가짜지폐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재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하지만 감정 결과 가짜지폐를 태운 재로 밝혀지더라도, 과연 몇 매가 소각됐는지까지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 추가 범행 가능성 '농후'

경찰은 두 용의자가 제과점 여주인을 납치하기 앞서 두 건의 납치극을 벌인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 선상에 오른 범행은 지난해 10월31일 새벽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 황모씨가 납치돼 2,100만 원을 주고 20여 시간 만에 풀려난 사건과, 올해 1월16일 성북구 성북동에서 신모(51)씨가 납치돼 700만 원과 체어맨 승용차를 뺏긴 사건이다.

경찰은 두 사건의 범인이 이번 사건과 같은 2인조인데다, 복면과 청테이프 등으로 피해자 얼굴을 가린 뒤 서울 시내를 다니며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성북동 사건에서 강탈한 차량이 이번 범행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씨가 범행 뒤 강서구 화곡동 먹자골목에 버렸다고 진술한 체어맨 차량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씨는 두 납치사건과의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범행 차량은 서울의 한 상점 앞에 시동이 켜진 채 세워져 있던 것을 훔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범 심씨는 여죄를 일부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또다른 공범은 없나

정씨가 가짜지폐로 구입한 오토바이 처분 대금 400만 원으로 은신처를 마련한 것은 공개수배가 시작된 지난달 18일.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견인차 기사로 같이 일했던 친구 손모(34)씨의 운전면허증을 가짜 신분증 삼아 월세 계약을 하고, 이틀 뒤엔 은신처에 케이블TV를 개설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 당일엔 친구 명의로 인터넷까지 개통하려 했다"며 "은신처엔 새로 산 TV, 냉장고, 밥통 등 세간까지 들여놓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랜 '잠수'를 계획하던 정씨의 꼬리를 밟은 건 경찰의 끈질긴 통신수사. 경찰은 정씨가 사용해온 대포폰의 통화내역을 추적해 통화가 잦은 이들의 신원을 파악했고, 그중 손씨의 거주지가 아닌 곳에서 그의 명의로 케이블TV 등이 신청됐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정씨는 "손씨 차를 빌려 타다가 우연히 주워서 보관하던 면허증을 사용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정씨가 도피 과정에서 손씨 외에도 주변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범행에 쓰인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를 용의자들에게 빌려준 안모(32)씨를 범인은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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