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전쟁의 파국을 막기 위한 여야 간 협상에서 미디어법이 최종 걸림돌이었다. 여야 모두 미디어법 처리 여부에 따라 이번 법안전쟁의 승패가 달렸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법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는 확연하다. 한나라당은 17대 국회 때부터 신문ㆍ방송 겸영 등 규제 완화와 KBS2 및 MBC 민영화 등을 주장해 왔으며, 18대 국회에서도 미디어법을 중점 처리 법안 가운데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처리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방송ㆍ통신 융합이란 새로운 매체 환경 속에서 소유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촉진과 세계적 미디어기업 육성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미디어법=경제살리기법'이란 논리로 2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2조9,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예상되기에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견해가 전혀 다르다. "일부 보수 신문들의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신문과 방송 겸영은 여론 독점을 심화할 뿐 아니라, 방송에 진출한 대기업을 견제할 수단이 없게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미디어법을 '재벌방송법'으로 규정,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음모라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속내를 한 꺼풀 더 들여다보면 정치적 이유도 적잖이 내재돼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두 차례의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일부 방송의 편파적인 보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문제와 지난해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로 인한 촛불시위를 둘러싼 방송사 측의 보도 행태가 지극히 비 우호적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법을 통해 방송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당에 우호적인 언론 환경을 마련하자는 속내가 들어있는 것이다. 대신 대기업의 방송 진출에 대한 반발을 고려, 신문사의 방송 지분 보유율은 20%로 유지하되 대기업에 한해서는 방송 진출을 아예 불허하는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야권을 설득하고 있다.
민주당의 미디어법 처리 반대에는 아무래도 방송 분야는 현 체제 유지가 나을 것이란 계산이 들어 있다. 신방 겸영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이 허용되면 보수성향의 신문이나 대기업들이 방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이 경우 야당 측에 우호적인 방송 보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현재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란 카드 앞에서는 사실상 별다른 저항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법안 내용 보다는 법안 처리 시기와 사회적 논의기구 등을 통한 여론수렴 절차를 강조하며, 우선 '직권상정'이란 급한 불을 끄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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