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3월 위기설'의 초입. 국내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위기 직전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해 고점(장중 달러당 1,525원)을 이미 넘어섰고, 주가와 채권값은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과연 3월은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갯속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외국인 투자금 썰물 우려는 기우
당초 위기의 근거로 제기됐던 일본계 등 외국인 투자금 대거 이탈의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10월 한 달 동안 6조4,000억원 어치 국내 채권을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은 올 2월 한 달 간 1조9,000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6개월 만에 채권 보유액을 오히려 늘렸다. 3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인 보유채권 규모(3조원) 역시 '9월 위기설'을 낳았던 지난해 9월(8조6,000억원)의 3분의1 수준이어서 무시해도 좋다는 게 당국의 평가.
국가적인 외화유동성과 환율에 불안을 끼치는 은행권의 외화차입금 만기액수 역시, 올 전체 만기도래분(383억달러)의 26%인 100억달러 가량이 3월에 집중돼 있지만 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감안하면 큰 문제는 없다는 평가다.
문제는 글로벌 위기
이보다 우리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전세계를 짓누르고 있는 글로벌 악재의 복합작용이다. ▦동유럽발 2차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 ▦씨티그룹 등 미 대형은행들의 국유화 사태 ▦미 제너럴모터스(GM) 파산 가능성 ▦일본경제 붕괴 우려에 ▦북한 미사일발사 관련 위험까지. 하나같이 전세계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부추겨 달러 강세를 불러오고 우리 같은 신흥국에서는 자금을 빼내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가파른 국내 실물분야 추락세는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전국 가구의 실질소득과 실질소비가 각각 2.1%, 3.0% 감소하는 등 처음으로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에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2월 광공업 생산이 18.6% 급감하는 등 최악을 기록하고 있으며 1월 84만여명이던 실업자는 대학 졸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2~3월에 100만명 안팎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곳곳이 지뢰밭
이런 대외적 요인이 위기의 주 원인인 이상, 해외에서 악재들 하나하나가 모두 풀리기 전에는 당분간 국내 금융불안도 추세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악재 가운데 하나라도 현실화할 경우, 국내외 금융불안은 더 깊어지고 경기회복의 저점은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리먼 사태 때와는 달리, 여러 안전장치가 마련돼 대형악재가 터져도 패닉 양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불안 상황이 얼마나 갈 지 예측이 어려워 적어도 3,4월 안에 금융불안이 해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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