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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계획 앞이 안보인다/ "환율·수요예측 힘들어…시나리오 경영 다시 짜는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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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계획 앞이 안보인다/ "환율·수요예측 힘들어…시나리오 경영 다시 짜는게 일"

입력
2009.03.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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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경영 환경이 급변하며 국내 기업들의 '시나리오 기반 경영계획'(SBMㆍScenario Based Management)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선 SBM이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적용 방식 등은 업종마다 회사마다 각양각색이다. 특히 변동성이 워낙 커 시나리오 경영마저 쉽지 않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최근 가장 자주 경영 계획을 수정하고 있는 곳은 포스코다. 분기마다 조정하던 경영계획을 최근에는 일주일 단위로 수정하고 있다. 급등락하는 환율은 물론 자동차, 조선 등 수요 산업의 전망도 불투명해, 매주 시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감산을 할 정도로 예측이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월 단위로 경제 상황을 점검, 사업 계획을 수정하는 시나리오 경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 경영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시나리오 경영을 실시하고 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수요 예측이 안돼 제품 생산에 어려움이 많다"며 "재고를 얼마나 가져가야 할 지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폭이 너무 큰 것도 문제다. 실제로 LG그룹에선 올해 사업 계획 수립시 기준 환율을 1,100~1,150원으로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부 기업이 도입하고 있는 것이 '3개월 롤링(Rolling) 계획'이다. 이는 1월에 1~3월 계획을 짜 경영한 뒤 다시 2월에는 2~4월, 3월에는 3~5월 등 매월 3개월 앞까지만 예측하는 시나리오 경영 방식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환율, 금리, 유가, 후판 및 고철 가격 등이 모두 어떤 방향으로 갈 지 예측하기 어려운 탓에 3개월 롤링 계획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 경영 계획이 무의미한 상태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는 물론 현대ㆍ기아차, GM대우차, 르노삼성차 등 완성차 5개사가 올 상반기 명확한 경영 계획 없이 수요와 시장 상황에 맞춘 비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조선업계도 연초에 수주 목표를 이미 밝혔으나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경영계획을 그대로 가져갈 지 고민이다. 한화, 두산, STX 등은 "일부 돌발 변수로 인해 경영계획이 다소 수정될 수 있지만 큰 골격이 변할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시나리오별 대응책과 비상 계획 등을 모두 마련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AT커니 코리아의 황훈진 파트너는 "급변하는 경제상황에선 SBM 수립이 필수"라며 "전사 차원에서 미래 경영 전망에 핵심이 되는 변수들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 것인가를 조합,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최고경영자가 주재하는 회의를 통해서 이를 하나하나 점검해 나가야 제대로 된 시나리오 경영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수기자 blessuou@hk.co.kr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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