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조선 제22대 왕 정조(正祖)의 비밀어찰 매입을 놓고 각각 정조 관련 유물을 보관 중인 경기도와 수원시가 물밑 경쟁을 하고 있다.
두 기관이 매입 경쟁을 하는 정조의 비밀 어찰은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과 한국고전번역원 번역대학원이 지난달 9일 공개한 것으로, 노론 벽파의 거두 심환지(1730∼1802)에게 보낸 299통의 편지다.
다음달 27일 화성(華城)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있는 수원시는 어찰을 매입, 화성박물관에 전시 및 연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관계자들을 통해 소장자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시는 "화성박물관 부설로 가칭 '정조학연구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 소장하고 있는 정조 어찰과 함께 이번에 발견된 어찰을 이 연구소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는 정조 어찰 중 남인계 거두 채제공(1720∼1799)에게 보낸 어찰 9통, 화성유수와 정조 호위부대 장용대장을 지낸 조심태(1740∼1799)에게 보낸 어찰 15통을 소장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수원시는 화성과 인근에 융건릉(화성시 소재)이 있는 등 사실상 정조의 도시나 마찬가지" 라며 "어찰은 정조 사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화성박물관에 더 필요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기도박물관도 심환지 관련 자료를 280여점 소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어찰 매입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도박물관은 2007년 심환지 후손들로부터 영정과 책 등 심환지 관련 자료들을 기증 받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 어찰이 심환지에게 보낸 것인 만큼 기존 심환지 관련 소장자료와 연계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박물관에서 매입 또는 기증 받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어찰을 공개한 성균관대 측이 소장자의 신원을 밝히기를 꺼리고 있어 물밑에서 탐색 중이지만, 소장자가 밝혀질 경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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