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원ㆍ달러 환율은 장 중 1,560원 대까지 급등했다. 미국 부실 금융사의 국유화 논란과 동유럽 국가들의 파산 위험(디폴트), 그리고 일본 은행들의 3월 결산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 보인다.
원ㆍ달러 환율 상승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외환 채무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원금 상승과 이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시장은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외환 보유액이 주는 것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어 그다지 좋은 대책이라 보기 힘들다. 따라서 지난해 말처럼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외환시장의 불안이 증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3월에는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개별 주식 선물과 옵션 등 네 가지 파생 상품의 만기가 겹치는 쿼드러플위칭데이(네 마녀의 날)가 돌아온다.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어 아무래도 만기 일을 앞두고 불안한 수급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주 미국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씨티, AIG)의 보통주를 매수해 사실상 국유화 작업을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 금융기관의 추가 부실을 막고 구조 조정을 실시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주식 시장 입장에서는 금융주의 추가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 미국 증시는 이런 금융주의 하락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다행히 코스피(KOSPI)는 1,000 포인트 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3월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과 미국 시장의 하락, 그리고 쿼드러블 네 마녀의 날 도래 영향으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펀더멘탈 상으로 보면 한국이 미국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장차 기업 실적의 변동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일단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주부터 3월 중순까지는 원ㆍ달러 환율의 움직임과 외국인의 선물 매매 패턴, 그리고 미국의 금융주의 동향에 주목하며 코스피 지수의 120일 이동평균선(월봉)이 위치한 1,000선을 지킬 수 있을 지 관심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매매 시점은 미루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