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유의 녹차로 인식돼온 작설차(雀舌茶)가 본래는 녹차가 아니라 발효차였음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
매암차문화박물관은 '곡우와 입하 사이에 딴 어린 찻잎으로 만든 고급 녹차'로 인식돼온 작설차가 실은 우리 선조들이 평범하게 마셔온 홍차(발효차의 일종)였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다반사'를 제작해 지난달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에서 상영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조선시대 발효차의 본고장이었던 경남 하동군을 찾아가, 일제에 의해 녹차로 탈바꿈하기 전의 작설차를 기억하고 있는 노인들의 증언을 채록했다.
녹차는 찻잎을 딴 직후 발효를 막기 위해 찌거나 덖는 과정을 거치는 차로 주로 일본에서 발전된 차다. 반면 홍차는 찻잎의 주 성분인 폴리페놀이 80% 이상 산화된 차로, 보이차 등 중국 차와 마찬가지로 발효차에 속한다.
'다반사'에 따르면 작설차는 민간에서 흔히 마시던 홍차였는데, 조선의 민족문화를 말살하려는 일제에 의해 저급한 차로 지목돼 사라졌다. 일제는 대신 엄격한 격식의 일본 다도를 보급하고 그 차에다 작설차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덖지 않고 그냥 손으로 비벼 말린 뒤 이가 새까맣게 될 때까지 물처럼 마시던 차", "쫌매놓고(졸라 매 놓고) 매달아 놨다가 약처럼도 마시고 그냥도 마시던 감빛 차"로 작설차를 기억한다. 작설차의 빛깔이나 맛, 마시는 방법도 지금의 작설차와는 많이 다르다.
강동오 매암차문화박물관장은 "초의선사(1786-1866)의 <동다송(東茶頌)> 에는 작설차가 '찻잎을 따서 햇볕에 말려 만드는데 그 색과 맛이 붉고 쓰다'라고 기록돼 있는데, 이는 녹차가 아니라 홍차에 대한 설명"이라고 말했다. 동다송(東茶頌)>
그는 또 "<동의보감> 에도 작설을 '찧어서 말려 떡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것은 열을 가하는 살청 과정(녹차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발효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라며 전통 작설차가 홍차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동의보감>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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