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ㆍ구 ‘골리앗’의 정면 충돌. 전자랜드 서장훈(35ㆍ207㎝)과 KCC 하승진(24ㆍ222㎝)은 기다렸다는 듯 1쿼터부터 양보 없는 싸움을 펼쳤다.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나눴던 연세대 11년 선후배의 ‘한솥밥’ 우정은 잠시 접어뒀다. 두 거인이 벌이는 자리 다툼에 골밑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초반 팽팽하던 싸움은 경기가 거듭될수록 한쪽으로 기울었다. 백보드를 등지고 골밑으로 파고드는 하승진은 서장훈의 벽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1차 저지선’인 서장훈이 하승진을 흔들면 나머지 선수들은 한 발 빠른 협력 수비로 하승진의 실책을 이끌어냈다.
수비에서 해법을 찾은 서장훈은 공격에서는 더욱 힘을 냈다. 골밑 공격은 도널드 리틀(5점)에게 맡긴 채 정확한 중거리슛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다. 전반 종료 후 스코어는 49-36. 일찌감치 주도권을 잡은 전자랜드는 4쿼터 중반 동점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끝내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27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펼쳐진 동부프로미 2008~09 프로농구 전자랜드-KCC간 대결은 전자랜드의 84-77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8연승 파죽지세를 이어간 전자랜드는 전신 대우 제우스와 신세기 빅스를 포함해 팀 최다연승 신기록을 세웠다. 23승21패로 KT&G와 함께 공동 6위. 16점 4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한 서장훈은 정규시즌 개인통산 1만500점을 돌파(1만506점ㆍ1호)해 겹경사를 누렸다.
전자랜드는 주포 김성철이 왼 무릎 부상으로 빠졌지만, 정영삼(14점) 정병국(14점) 황성인(12점)이 김성철의 공백을 확실히 메웠다. 팀 플레이에 녹아 들고 있는 리카르도 포웰은 20점 12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KCC(24승21패)는 하승진이 6점 7리바운드에 그친 데다 강병현이 허벅지 타박상으로 벤치를 지킨 탓에 전자랜드 신기록 행진의 제물이 돼야 했다.
창원에서는 LG가 삼성을 89-84로 꺾었다. 전형수가 19점 7어시스트로 펄펄 날았고, 기승호도 13점을 보탰다. 이날 승리로 삼성전 4연승과 함께 3연승을 달린 LG는 24승(21패)째를 수확, 공동 3위(삼성 KCC LG)로 뛰어올랐다. 이정석(14점 8어시스트)의 분전에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삼성(24승21패)은 3연패에 빠졌다.
이날까지 팀당 43~45경기를 마친 프로농구는 3위에 3팀, 6위에 2팀이 몰린 데다 3위와 6위의 격차도 반경기에 불과해 시즌 막판까지 대혼전을 예고했다.
인천=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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