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홀로 사는 대학생 최모(25)씨. 그는 자칭 '편의점족(族)'이다.
우선 식사. 학교 가기 전 집 근처 편의점에서 스프와 빵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지겨우면 삼각김밥으로 '메뉴'를 바꾸기도 한다.
디저트도 편의점에서 해결한다. 예전엔 스타벅스 커피로 분위기를 내기도 했지만, 경기가 어렵다 보니 편의점 원두커피로 대신하기 시작했다. '별다방(스타벅스의 애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000이면 된다. 집에 올 때는 다시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저녁식사를 위해 달걀, 야채, 과일 등 소량포장 되어 있는 신선식품을 구입했다.
그가 편의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비단 먹거리나 생활용품 만이 아니다. 휴대폰과 대중교통카드 충전이나 각종 영화ㆍ공연티켓 예매, 각종 물건배달을 의뢰하는 택배는 이미 '보편화'된 서비스. 전기ㆍ전화ㆍ휴대폰ㆍ신문대금 등 공과금 수납도 가능하다.
요즘은 편의점마다 ATM기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예금인출이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같은 '작은 은행' 기능도 수행하고, 보험상품을 팔기까지 한다. 여기에 세탁물을 맡기고 찾는 '빨래방' 기능도 있다. 최씨는 "하루에 4번정도는 편의점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황에 강하다
편의점은 이제 더 이상 '24시간 동네가게'가 아니다. 단지 '업그레이드된 구멍가게'도 아니다. 일상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생활서비스 공간'으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편의점엔 '불황'이 없다. 한국편의점협회 관계자는 "편의점은 동네 곳곳에 파고들어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맞벌이 부부의 증가, 1인 가구의 증가 등 바쁜 현대인의 생활패턴에 맞춰 편의점 업체들도 세탁, 커피숍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모든 업종이 경기침체로 쪼그라드는 상황인데도, 편의점은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편의점업계의 총 매출은 13.8% 증가한 6조3,300억원을 기록했으며, 사상 초유의 경기침체가 이어질 올해에도 두자릿수 성장(11.7%)을 이어가며 7조7,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사실 편의점들은 오히려 불황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비자들이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대량구매를 기피하고 대신 편의점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물품을 소량씩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편의점의 성장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다양하게, 보다 새롭게
몸집이 작다 보니 진화도 빠르고, 변형도 자유롭다. 최근엔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편의점'이 확산되고 있다. 예컨대 ▦불황기 주부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신선식품 가짓수를 100가지 이상 확대한 GS25의 '슈퍼형 편의점' ▦일반 커피숍 기능과 접목한 바이더웨이의 '카페형 편의점' ▦빵집을 결합한 훼미리마트 '베이커리형 편의점'등이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편의점이다.
세탁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바이더웨이(서강레지덴시아점) 관계자는 "원룸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세탁소가 없어 곤란을 겪는 것 같아 세탁전문업체인 크린토피아와 연계해 세탁물 수거를 맡아서 해주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소비자들의 편의를 쫓다 보니 더욱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편의점 강국 일본의 경우 편의점을 통해 청소나 가사준비 등을 제공하는 상품도 등장했으며, 심지어 점심배달이나 애완용동물위탁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이동편의점까지 나왔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머지 않아 한국에서도 서로 다른 업종간 제휴를 통해 새로운 형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퓨전 편의점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수는 내년 1만4,500개, 2015년에는 최소 2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도 2015년엔 1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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