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김봉진 남성의류 바이어는 충북 진천에 있는 한 의류회사 재고창고를 이달 들어 벌써 3차례나 방문했다. 27일부터 3월 1일까지 3일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진행하는 'CK, DKNY진 패밀리세일' 물량을 고르기 위해서 였다.
불황이 패밀리세일(family sale)의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불경기로 이탈조짐을 보이는 가격민감층을 붙잡기 위해 백화점 마다 패밀리세일 유치경쟁이 불붙은 탓이다.
패밀리세일은 보통 제조 및 수입업체가 재고부담을 덜기 위해 임직원에게 파격적인 할인가로 재고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불과 2,3년전만해도 패밀리세일은 직원에게 배부된 초대권을 소지해야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었고 행사장도 호텔이나 체육관 등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백화점들이 패밀리세일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유명 브랜드 패밀리세일의 경우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단기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고 백화점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유명브랜드들이 패밀리세일 장소로 많이 활용하는 서울 양재동 도심아울렛 하이브랜드는 최근 진행한 아이올리 패밀리세일에서 5일만에 7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주 롯데백화점 이례적으로 경쟁사인 신세계백화점의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널에서 수입판매하는 고가 수입브랜드들의 재고떨이전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3일간의 패밀리세일에 5억원 이상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패밀리세일을 알리는 전단만 3만여장을 배포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인기브랜드의 경우엔 백화점들이 서로 재고상품 모시기에 나서는 등 요즘엔 백화점과 협력업체간 갑을이 바뀐 상황"이라며 "고급이미지도 좋지만 불황엔 고객을 얼마나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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