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일단은 파국을 면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에 따라 3시간 가까이 이어진 피 말리는 심야 담판 끝에 여야가 가까스로 일정부분 의견을 접근시킨 것이다.
물론 각 당의 내부 추인 절차가 남았고 2일 추가 협상을 해야 하지만 당장의 대규모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여지는 생겼다. 이제 정국의 향배는 2일 오전 여야가 김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게 됐다.
여야는 1일 밤 10시30분 김 의장의 중재로 마지막 담판에 나섰다.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국회의장실에서 2시간이 훨씬 넘는 심야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다.
김 의장은 미디어 관련법의 처리시한을 못박자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국민적 논의기구 구성을 요구한 민주당의 주장을 절충한 제안을 내놓았다. 디지털 전환법 등은 4월 말에 처리하고 방송법 등은 여론수렴을 전제로 처리시한을 못박자고 한 것이다.
김 의장의 중재는 결렬과 타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했다. 협상 중간에 자리를 뜬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한 반면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여야 의견을 절충한 중재안이 제시됐고 합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로텐더홀에서 점거농성중인 한나라당 의원들도, 본청 1층 대표실 주변에서 대기중이던 민주당 의원들도 모두 피를 말리는 긴장감 속에 협상 결과를 주시했다.
앞서 여야는 이날 모든 채널을 통해 협상에 나섰지만, 오후 9시40분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 사이의 3차 회담마저도 성과 없이 끝났다. 원내대표 회동도 그랬다.
이에 따라 국회 본청은 일촉즉발의 위기감에 휩싸였다. 한나라당은 의원 100여명을 동원해 로텐더홀을 기습점거하는 등 2일 본회의에서의 직권상정을 위한 수순밟기에 돌입했고, 민주당도 보좌진 100여명이 국회 경위들과의 몸싸움 끝에 출입이 통제된 본청에 진입해 임전태세를 갖췄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충돌도 빚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의 로텐더홀 기습점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고성과 막말이 오가고 가벼운 몸싸움까지 벌어졌고,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과 민주당 서갑원 의원 등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온종일 본청 출입을 통제한 사무처 직원들과 야당 보좌진 사이에 몸싸움이 거듭됐고, 특히 국회 사무처가 이날 밤 "출입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을 강제퇴거 시키겠다"고 경고하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동안 여야는 2일 본회의 직권상정에 대비, 전열 정비에도 나섰다.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 등을 잇달아 열어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결의를 다졌다.
2005년 12월 당시 열린우리당이 직권상정을 통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처리했던 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소속 의원들의 '교육자료'로 활용했고, 민주당의 육탄공세에 맞설 저지조도 편성했다.
민주당 역시 "모든 수단을 강구해 MB악법을 막아내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지도부는 매시간 소속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비상연락망을 가동했고, 국회 본청 주변에 당직자와 보좌진, 당원들을 대기시켰다.
하지만 직권상정을 저지할 현실적 수단이 없다는 초조함도 감지됐다. 정무위에 이어 문방위의 점거농성을 해제한 것도 미디어 관련법 직권상정의 명분을 약화시키겠다는 수세적 조치에 가까웠다.
양정대 기자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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