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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법안전쟁/ 與·野 대화·타협않고 협박만… '외로운 金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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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법안전쟁/ 與·野 대화·타협않고 협박만… '외로운 金의장'

입력
2009.03.0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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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은 외롭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협상을 전혀 진전시키지 못한 채 모든 정치적 부담을 김 의장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여야 모두 미안해 하기는커녕 모욕적인 언사까지 서슴지 않으며 압박하는 대목에서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거칠게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친정인 한나라당에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김 의장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간 김형오를 가볍게 본다 하더라도 국회의장 김형오의 권위와 의무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켜켜이 쌓여있던 감정을 꺼내놓았다. 김 의장은 "여야 지도부는 타협에 최선을 다했는가"라며 "자기들 입맛대로 하라면 하는 거수기가 되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대화가 "김 의장이 자기 이미지만 관리한다"는 한나라당 내부의 불만에 이르자, 그의 목소리는 떨릴 정도였다. 직권상정이 남발되면 국회의 권위가 무너지고 통법부로 전락한다는 그 나름의 고민을 '자기 장사'로 폄하하는 데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김 의장은 연말연초 1차 법안전쟁 이후 2달 동안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민설득이나 야당과의 타협에 충실했느냐에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연말 국회 때는 12월 중하순에서야 법안을 쏟아놓고 직권상정을 해달라고 요구하더니, 이번에는 회기 내내 별다른 대화 노력도 없다가 막바지에 갑작스럽게 속도전을 벌이며 직권상정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에 대해서도 통렬한 비판을 던졌다. 김 의장은 "법안을 상정조차 못하게 해놓고 의장의 직권상정을 무조건 비난하는 건 결국 국회가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보고 있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민주당이 법안 상정조차 반대함으로써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구에 명분을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어느 쪽으로부터도 좋은 말을 듣지 못하는 외로운 상황이지만 이미 결심은 섰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김 의장은 26일 성명에서 "국회도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듯 금산분리 완화나 출총제 폐지 등과 관련한 경제법안의 직권상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디어 관련법들은 아직 충분히 숙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날 거당적으로, 그것도 아주 집요하게 미디어 관련법의 직권상정을 요구한 것도 김 의장의 속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들은 여권 핵심부에서 음양으로 전달되는 압박을 '협박' 수준으로 느끼고 있다.

그러나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측근들에게 "국회 외적인 압박에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음고생이 심하지만 결코 편한 길을 택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김 의장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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