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지음ㆍ김명철 등 옮김심인 발행ㆍ260쪽ㆍ1만2,000원
“부시 1세는 전통적인 안정을 보존하기 위해 힘과 전통성에 의지한 경찰관이었고, 클린턴은 진보를 가능하게 하는 세계화에 의지했던 사회복지의 옹호자였으며, 부시 2세는 ‘악의 세력’에 대항하는 자기선언적 성격의 실존적 투쟁을 추구하기 위해 국내적인 공포를 동원한 자경단이었다.”(209쪽)
지미 카터 정부에서 안보담당보좌관을 지낸 미국의 외교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81)는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는 미국의 실패를 가차없이 비판한다. 이라크 전쟁의 실패 - 국제적 신뢰 하락 - 국내적 경제 위기 등 미국이 겪은 일련의 추락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는 ‘글로벌 리더’를 자처한 세 명의 대통령의 유산을 면밀히 분석, 그 원인을 파헤친다.
먼저 저자는 글로벌 리더 1세였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탁월한 위기관리자였지만 비전 제시에는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리더로서의 미국에 첫번째 기회였던 소련 해체 이후 걸프와 아프간 지역이 반미의 선봉으로 남게 된 데에는 그의 실패 탓이 컸다. 뒤를 이은 빌 클린턴 대통령은 ‘세계화’라는 시대적 비전은 제시했지만 후속 전략을 제시해 밀고 나가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의무는 등한시했다.
역시 중동을 도외시해 안전망 창출에 실패한 클린턴은 ‘선량한 무능과 방종’의 인물이었다는 평이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파국의 시나리오를 앞당겼을 뿐이다. 9ㆍ11 테러 이후 친미적으로 변한 세계의 대세를 무시, 독선적ㆍ일방적 외교를 선택해 이라크전으로 치달은 아들 부시는 미국의 두번째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이들 세 대통령의 성적표는 “한마디로 형편없이 이끌어 왔다”(211쪽)는 감정적 폄하로 압축된다.
저자는 지금 미국은 군사, 경제, 기술력으로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주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유럽, 러시아, 중국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스스로의 정비에 전념하는 지금 ‘영민한 글로벌 리더 4세’, 새 대통령 오바마는 아직 미국에 대해 남아있는 선의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다시 글로벌 리더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제 세번째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강력한 경고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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