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7일 본회의의 돌연한 취소를 직권상정 수순 밟기로 판단,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압박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렸다. 하루종일 김 의장을 향해 "한나라당의 속도전에 편승해선 안 된다"는 강한 경고를 던지는 한편, 비쟁점법안이 회부된 법사위를 정상 가동해 직권상정 명분을 약화시키는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했다.
민주당은 아침부터 의장실과 한나라당에서 오후 2시 본회의가 취소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김 의장 단속에 나섰다. 정세균 대표는 오전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 의장이 또다시 직권상정을 생각하고 있다면 의회주의 파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유선호 법사위원장은 "직권상정은 국회의원의 입법권과 법사위의 법안 심의권을 빼앗는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원내대표단은 본회의 취소를 막기 위해 두 차례나 의장실을 찾아갔으나 김 의장을 만나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본회의가 취소되고 본관 출입제한 조치도 발동되자 민주당은 비판의 수위를 더 높였다.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정 대표는 "대통령이 주문하고 형님이 독려하는 것을 그대로 따르는 하수인 역할 하는 게 국회의장이냐"고 김 의장을 직접 겨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경제법안 124건을 앞에 두고 본회의를 취소해 버린 것은 3월2일 본회의에서 MB악법을 직권상정해 날치기 처리하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전 상임위의 진행을 저지하면서도 예외적으로 법사위 전체회의만은 정상 가동되도록 협조했다. 민주당의 태업으로 국회가 놀고 있어 직권상정이 불가피하다는 한나라당의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다. 이날 법사위에 회부된 민생법안 등 97건 가운데 74건을 처리했고, 다음달 2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나머지 법안도 모두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김 의장의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여권 강경파에 김 의장이 굴복하는 것 같다"(노영민 대변인)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김 의장을 향한 압박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는 연말연초 국회 폭력사태에 대한 부담으로 마땅한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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