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학, 교원단체가 입시위주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노사민정 합의에 비견되는 교육계의 대타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최근 대입 자율화를 둘러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불협화음에서 보듯, 공동 선언 추진을 위한 걸림돌이 적지않아 실제 교육현장의 혁신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교과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교협, 전국시ㆍ도교육감협의회 등 4개 교육기관은 27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안병만 교과부 장관, 공정택 시ㆍ도교육감협 회장, 이원희 교총 회장, 손병두 대교협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동선언 선포식'을 열고, 9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심화하는 입시위주 환경과 사교육비는 학생ㆍ학부모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며 "공교육 주체들이 범사회적 협약을 통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4개 기관은 앞으로 초ㆍ중등 교육과 대학교육 간 연계를 강화해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로 뜻을 모았다.
주요 합의 내용은 ▦학생의 잠재력과 창의성을 기초로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 안착 ▦소외 계층을 위한 교육격차 해소 및 교육복지 확충 ▦취업 지원 강화를 통한 청년실업 문제 해소 ▦규제 완화를 통한 학교교육의 질 제고 등이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공동 선언이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국민이 체감할수 있는 조치와 변화로 학교에 발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폭증하는 사교육비 우려를 감안해 교육 주체들이 먼저 나서 공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교협이 전날 교과부의 민관 입시협의체 구성 방침에 거부 의사를 밝히는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현안마다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교육계 구조상 합의 이행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이날 선포식에서도 "고등 교육에 있어서 이명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자율과 경쟁을 통한 자율화가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대입 자율화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날 합의에는 전국교직원노조가 빠져 있어 정부와 교육 현장의 갈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사교육비 급증을 불러온 당사자들이 아무런 반성도 없이 공교육을 살리겠다고 외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국민들의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립서비스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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