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 1시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앞 왕복 8차선 도로. 형형색색 전구로 치장한 오토바이가 여기저기서 굉음을 내며 모여 들었다. 운전자와 동승자는 대부분 헬멧을 쓰지 않아 10대 후반의 앳된 얼굴을 드러냈다.
이들은 수십 분간 신호등과 신호등 사이 수백 미터를 왕복하다가 30여대가 모이자 경적을 소란스럽게 울리며 시청 방향으로 떼지어 질주했다.
폭주족들의 3ㆍ1절 광란의 질주가 올해도 되풀이됐다. 경찰이 2월 중순께부터 강력하게 경고했지만 폭주족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1일 새벽까지 시내 곳곳에서 신호를 무시하거나 지그재그로 운전하며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다.
서울에서만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주변, 양천구 목동교, 강남구 신사역 등에서 10~30여명씩 팀을 구성한 폭주족 100여명이 도심을 질주했다.
경찰은 28일 오후부터 1일 오전까지 '3ㆍ1절 폭주족 특별단속'을 실시, 전국에서 360명을 붙잡아 이 중 48명을 입건하고, 312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입건된 48명 가운데 28명은 오토바이를 몰고 떼지어 다니며 교통흐름을 방해하거나 사고를 유발한 혐의(공동위험행위)가, 11명은 무면허운전 혐의 등이 적용됐다. 서울에서만 공동위험 행위로 21명, 불법개조 2명 등 23명이 입건됐고, 88명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지방경찰청 별로 폭주족 전담수사팀을 구성, 고성능 경찰 오토바이 389대를 투입해 폭주족을 단속했다. 특히 서울지방경찰청은 휴대용 캠코더를 든 경찰관이 오토바이에 동승, 폭주족을 계속 쫓아가며 채증했다.
또 교차로에서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도록 폭주족을 유도,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미군부대 앞 도로에서 경찰차 등으로 진행을 막고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주행위 전력자 814명에게 '3ㆍ1절 폭주 적발 시 엄중처벌 방침'을 휴대폰 문자로 알리는 등 사전 계도활동을 했지만 또 100여명이 거리로 나왔다"면서 "법무부와 협의해 폭주행위자에 대해 '야간 외출제한명령'을 내리는 등 근절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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