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시동이 걸렸다.
최근 대북특사로 임명된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 대사가 다음주초 6자회담 당사국인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잇따라 방문한다. 이번 순방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이뤄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보즈워스 특사가 어떤 의제로, 누구와 만날지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관련국의 협조를 구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재개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순방에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차관보에 이어 북핵 6자회담의 수석대표를 맡은 성 김 북핵특사가 동행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즈워스 특사가 직책을 수행하는데 더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보즈워스 특사가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핵확산은 물론 북한의 인권, 인도주의 차원의 대북지원 문제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또 "성 김 특사가 6자회담 대표단을 이끌게 된다"고 밝혀 앞으로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대북문제는 보즈워스 특사가 총괄하고, 성 김 특사는 6자회담 등 관련국들과 다자간 실무접촉을 맡는 것으로 업무가 나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순방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보즈워스 특사와 북한 당국자의 접촉 여부. 클린턴 장관의 기자회견장에 함께 나온 보즈워스 특사는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만남 여부는) 순방지에서 이뤄진 협의와 북한의 반응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북한을 직접 방문하지는 않더라도 베이징(北京) 등에서 북한 당국자와 접촉할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힐 차관보도 이날 "보즈워스 특사가 순방 중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작다"고 밝혔다. 그는 클린턴 장관이 아시아 순방 중 북한의 후계구도를 우려한 것에 대해 "북한의 예사롭지 않은 행동으로 보아 내부적으로 뭔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솔직히 말한 것이지, 북한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은 "보즈워스 특사의 북한 방문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북한으로서도 북한 문제에 전권을 가진 미 정부 고위급 특사의 첫 관련국 순방인 만큼 미국의 대북정책의 가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그와 접촉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대북특사와 북핵특사로 이원화한 미국의 대북라인이 6자회담의 추동력과 북미 양자접촉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즈워스 특사의 북한측 카운터파트가 누가 될지도 관심사이다. 힐 차관보가 6자회담 수석대표로 김계관 부상과 협의해 온 만큼, 클린턴 장관과 오바마 대통령 직보체제를 갖춘 보즈워스 특사의 대북 파트너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이상의 윗선으로 결정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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