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다니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A씨는 그 동안 어머니가 김치와 밑반찬을 보내준다고 하면 무작정 손사래부터 쳤다. 아르바이트에 학과모임까지 외부활동이 많아 언제 올지 모르는 택배를 마냥 기다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머니의 손 맛을 언제든 느낄 수 있게 됐다. 집에 없더라도 무인 택배시스템을 통해 아무때나 택배 수령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이 바빠 의류나 생활용품 등을 택배로 주문하는 직장인 B씨(여)는 택배기사를 가장한 범죄가 빈발해 택배를 받을 때마다 불안했다. 하지만 이번 무인 택배시스템을 이용하면 안전하고 편리하게 물건을 전달 받을 수 있어 큰 걱정을 덜게 됐다.
서울 구로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인 택배 시범사업에 나섰다. 구는 이를 위해 궁동종합사회복지관에 20개의 택배 보관함을 설치하고 본격 홍보에 들어갔다.
무인 택배시스템은 수령자가 택배 신청 시 받을 주소를 원하는 보관함으로 표시하면 택배기사는 물품을 보관함에 넣고 비밀번호를 설정한 뒤, 택배 수령자에게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비밀번호를 전달함으로써 수령자가 물품을 직접 찾을 수 있게끔 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맞벌이 부부나 싱글족 등 평일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지만 경비실 등이 따로 없는 개인주택 거주자나, 택배기사를 가장한 강력사건으로 인해 물품 수령을 부담스러워 하는 여성들로부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또 택배회사들도 수령자 부재로 헛걸음을 하지 않아도 돼 시스템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고 구는 설명했다.
무인 택배시스템은 365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특히 무인 택배 보관함 인근에 폐쇄회로(CC)TV를 24시간 가동해 물품보관 중 발생할지 모르는 파손이나 도난 문제에 대한 책임공방과 안전사고 등에 대비했다.
보험을 들어 놓아 유실과 파손 등 물품 보관 중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50만원 한도에서 보상도 받을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적고 일반주택이 많아 타 지역에 비해 무인 택배시스템 이용이 많을 것으로 판단되는 궁동지역을 우선 시범지역으로 택했다"면서 "구로구 내에는 궁동과 같은 특성을 지닌 지역이 많은 만큼 점차적으로 사업대상지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구로구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전체 주택 10만7,500여 가구 중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등 무인 택배시스템이 도움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 5만1,700여 가구(48.1%)에 이른다.
구는 올해 시범사업 기간 주민 만족도 등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보완한 뒤 단계별로 구 전역으로 이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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