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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인간이라는 야수' 그들의 이마에 '카인의 징표'는 없다, 입가에 미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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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인간이라는 야수' 그들의 이마에 '카인의 징표'는 없다, 입가에 미소만…

입력
2009.03.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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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뮐러 지음ㆍ김태희 옮김황소자리 발행ㆍ288쪽ㆍ1만3,800원

한국에서도 연쇄 살인 사건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면서 프로파일링(profilingㆍ범인 유형분석)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등장하는 일이 잦아졌다. <인간이라는 야수> 는 오스트리아 경찰 출신의 세계적 범죄심리학자인 저자가 프로파일링의 세계를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스피디한 박진감. 범죄의 엽기성에 탐닉해 어기적거리거나 따분한 심리학 이론에 얽매이지 않는다. 저자는 직접 경험한 수많은 프로파일링의 실례를 53개의 짤막한 장으로 나눠 가쁘게 이어간다. 마치 인간이란 존재의 공포스러운 본질을 잘게 토막낸 덩어리를 보여주는 것 같다.

프로파일러로서 저자의 자질은 그가 경찰에 입문한 계기를 보여주는 대목에서부터 드러난다. “1982년 여름 타이어가 너무 낡은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그때 어떤 사실이 내 눈에 띄었다. 경찰 중 단 한 사람만 가슴 주머니에 유독 많은 볼펜을 꼽고 있었다. 동료들은 모두 하나의 볼펜만 꼽고 있었다. 오토바이 번호판을 떼어내기 위해 무전을 치는 경찰에게, 나는 왜 그렇게 많은 볼펜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있었다… 4개월 후, 나는 경찰학교에 입학했다.”(40쪽)

살인자와의 만남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는 인간의 악마성은, 섬?함을 넘어 인간 실존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품게 만든다. “밀워키에서 17명의 젊은 남자를 살해한 제프리 다머는 경찰들마저 자신을 전혀 위험하지 않은 존재라 믿도록 만드는 목소리를 지녔다. 그는 의지가 없는 섹스 좀비를 만들겠다는 권력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희생자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뜨거운 물과 염산을 부었다.”(72쪽)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그들이 ‘카인의 징표’를 지닌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선량해 보이는 평범한 이웃이다.”

이 책에는 ‘야수’를 알아보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배어 있다. 그는 노숙자, 알코올중독자, 매춘부와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고 미국 FBI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난자된 사체의 사진을 자신이 입고 있던 명품 양복과 바꿨다. 그렇게 야수의 발자국을 추적해 온 저자지만, 그의 얘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어떻게 아홉 살 먹은 아이의 머리를 곤죽이 되도록 내리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어두운 세계를 그저 조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부분은 어쩌면 이곳이다. “평범한 인간의 욕망이 일그러져 야수로 변신하는 계기는 결코 대단하지 않았다. 회사에 모든 걸 바쳤음에도 도태되는 순간, 주변부로 밀려난 채 무력해져 폭력의 환상 속으로 도피하는 순간, 블랙홀처럼 비대해진 욕망이 소통의 봉쇄에 부딪히는 순간, 인간은 야수의 모습으로 돌변하게 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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