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26일 코스피지수의 하락률이다. 환율 급등, 동유럽국가 부도위기, 전날 뉴욕 증시 하락, 북한 리스크 등 각종 대내외 악재가 뒤엉킨 상황인지라 그나마 선방했다고 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정을 살펴보면 안심할 일이 아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등락폭은 6%가까이, 변동폭은 64포인트나 돼 극심한 일교차를 드러냈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한 하루였다. 오전 3% 넘게 급등하던 지수는 오후 들어 -2.30%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단순히 뒷심부족이라고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13거래일째 '팔자' 공세를 퍼부은 외국인은 이날을 기점으로 연중 누적 매수 우위에서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당분간 '롤러코스터' 장세가 간간이 연출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바둑돌을 다시 놓듯 이날 장을 복기(復棋)해 보자. 오전만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미국의 경제지표(1월 기존주택판매)가 엉망인데다 뉴욕 증시(-1%대)마저 떨어졌지만 지수는 개장 1시간 만에 1,100을 회복했다. 기관은 프로그램 매수를 앞세워 대거 '사자'에 나섰고, 외국인 이탈의 한 축으로 여겨지던 외국인의 선물 거래도 9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를 시기하듯 오후 들어 악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AIG, 씨티그룹 등에 대한 국유화 논란이 외신을 타고 다시 불거졌고,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 반전한데다 아시아 주요 증시마저 하락으로 돌아섰다.
그뿐이 아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아차가 4,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추진한다는 소식과 LG디스플레이의 대주주인 필립스의 '블록딜'(대량매매) 얘기가 전체 지수를 휘청거리게 했다"고 분석했다. 두 종목은 8~9% 넘게 빠졌다.
투자 주체들의 태도가 즉각 돌변했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둔화됐고, 기관 역시 오전에 사들였던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했다. 치고 빠지는 '단타매매'가 기승을 부린 것이다.
사실 이날 등락폭은 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미 알려진 악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시장의 공포가 아직 여전하다는 방증"이라며 "수급마저 깨져 거래가 끊긴 상황이라 당분간 조그만 흔들림에도 하루 등락이 심하게 요동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일일 변동폭이 높을 때는 욕심을 버리고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한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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