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환율 못지 않게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채권금리다. 조그만 재료에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기 일쑤. 더구나 이달 초 기준금리가 2%까지 떨어진 이후에도 오히려 전반적인 흐름은 상승세다. 경제주체들의 금융비용인 금리가 이렇게 불안해서는 경기 회복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채권시장이 불안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최저치인 2.0%로 인하한 지난 12일 이후에도 국고채 금리는 계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국고채 1년물 금리는 2.20%에서 2.55%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62%에서 3.88%로, 지표물인 국고채 5년물 금리는 4.54%에서 4.58%로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국고채 금리는 0.11%포인트(3년물), 0.09%포인트(5년물)씩 내렸지만 이 역시 불안한 오르내림의 한 단계일 뿐이라는 평가가 대세다. 이날은 장 후반 정부의 외화유동성 관련 발표와 한은 부총재의 국채매입 발언 등이 '반짝' 하락세를 이끌었다.
최근 금리 상승의 1차적인 이유는 정부의 추경 움직임이다.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려면 국채 발행이 필수. 많게는 30조원 이상의 국채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채권가격은 폭락(금리 폭등)할 게 뻔하다. 최근 금리 상승은 이를 선반영하는 측면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 최근 원ㆍ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세가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심리를 부추기면서 채권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행진 역시 서서히 끝나간다는 공감대가 퍼지면서 채권 금리 상승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국고채 금리 상승에 비해 아직 회사채 등 고금리군 채권들의 금리는 많이 오르지 않았지만 국고채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여타 금리 역시 내림세를 타기는 어렵다.
결국 금리 안정의 해결책은 이런 불안요소 진정에 달렸다. 단기적으로는 국채 발행 관련 불확실성 해소. 추경안이 통과돼 정부가 확실한 예산마련 방침을 밝히고 이에 맞춰 한은이 국채 매입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내심 국채를 한은이 그대로 사줄 것(직매입)을 기대하고 있지만, 한은은 시장을 통해 사는 방안(단순매입)에 더 무게를 두는 눈치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책임연구원은 "추경으로 매달 7조원 안팎의 국채가 시장에 나올 경우, 올해 내내 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기적인 안정책은 역시 경기회복이다. LG경제연구원 정성태 선임연구원은 "시중 유동성이 단기운용 쪽으로만 몰리면서 회사채 등은 여전히 고금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당분간 채권금리 불안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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