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바비 진달(37) 루이지애나 주지사에게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24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의회연설을 한 뒤 공화당의 대표 답변 연설자로 나서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공화당이 30대의 젊은 기수를 오바마 대통령의 대항마로 내세운 것은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카리스마적인 기질과 정치감각을 높이 샀기 때문.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진달의 연설에 대한 언론 등의 평가는 잔혹할 정도로 싸늘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시청자의 92%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CNN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와 너무나 선명하게 대비됐다.
AP통신은 "진달 주지사가 2012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의 연설은 내용과 스타일에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으로부터도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진달이 주지사로 있는 루이지애나주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로 수십억 달러의 연방정부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연설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지출 확대를 비판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뉴욕타임스의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진달의 연설에 대해 "제정신이 아니다. 참담한 경제위기의 경고음을 못 듣는 음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폭스뉴스의 정치평론가 후안 윌리엄스는 진달의 연설이 "아마추어적이고 단조로웠다"고 말했다.
진달을 조롱하는 듯한 비판도 줄을 이었다. 보수파 블로거 에릭 에릭슨은 "연설문을 읽었다면 아주 좋았다. 하지만 연설을 했다고? 그건 아니다"라고 했고, 클레르몽 매키나 대학의 존 피트니 교수는 "2040년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게 그에게는 다행이다. 그래도 작년 존 매케인의 나이보다는 젊다"고 쏘아붙였다.
진달을 옹호하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전통적으로 대통령을 반박하는 연설을 하는 것이 쉽지 않고, 공화당 정권 때도 민주당 인사들이 똑 같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다.
워싱턴포스트가 "'형편없는 연설'을 할 능력이 없는 것 같다"고 천부적인 연설 감각을 극찬한 오바마 대통령이 상대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진달 주지사의 비서실장인 티미 티펠은 "누구든 오바마를 따라 하는 것은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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