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쎈돌'의 신화가 무너졌다.
지난 23일과 25일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에서 벌어진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3번기 1, 2국에서 지난해 우승자 이세돌이 구리에게 두 판을 내리 져 타이틀 2연패에 실패했다. 한 · 중 양국의 1인자간에 벌어진 첫 세계타이틀매치여서 바둑계의 관심을 모았던 이번 대결에서 이세돌은 1국, 2국 모두 후반 들어 갑자기 난조를 보여 무리한 수를 두는 바람에 형세를 그르쳤다.
며칠전 농심배서 특유의 현란한 흔들기로 구리를 제압하고 우승컵을 되찾아 왔기에 바둑팬들은 이번에도 이세돌의 선전을 기대했지만 너무 힘없이 무너져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대해 현지에 동행했던 기전 관계자들은 이세돌이 대국 전에 너무 무리하게 일정을 잡는 바람에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이세돌은 20일 농심배를 마치고 귀국한 뒤 원래 22일 오전에 기전 관계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백담사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출발 시간이 가까워 오자 이세돌로부터 "나중에 따로 갈 테니 먼저 출발하라"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저녁 늦게까지 이세돌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전화 연락조차 끊겨 관계자들을 애타게 하더니 23일 새벽에 형 이상훈 7단과 함께 현지에 도착했다. 서울서 택시를 타고 밤길을 2시간 30여분간 달려 왔다고 했다.
이세돌은 평소에도 중국리그과 한국바둑리그 일정이 겹쳐 하룻만에 서울과 베이징을 오가는 등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기로 유명하지만 이렇게 큰 대회를 앞두고 시합 당일 새벽에 밤길을 달려 오는 강행군을 하다니 너무 무모한 행동이 아니었냐는 얘기다. 반면 구리는 대국 전날 버스편으로 백담사에 도착한 후 어머니와 함께 정답게 담소를 나누며 절 경내를 산책하는 등 매우 안정된 모습이어서 대조적이었다.
한편 구리는 이번 승리로 이세돌과의 상대 전적 전적에서 6승4패(중국리그 포함 9승8패)로 앞서 나가면서 세계대회 4관왕(LG배, 도요타덴소배, 후지쯔배, 춘란배)에 올랐다. 또 지금까지 세계대회 결승에 다섯 번 올라 다섯 번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을 이어갔다. 반면에 이세돌은 세계대회 결승에서 외국 기사에게 처음으로 지는 아픔을 겪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