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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42> 중증 장애인들 터전 '쉼터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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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42> 중증 장애인들 터전 '쉼터요양원'

입력
2009.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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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과 함께 서울의 북쪽 경계를 이루는 수락산. 주변이 오래 전 아파트촌으로 변했지만, 맑은 공기 만큼은 여전했다. 수락산의 삼림욕장에서 내뿜는 맑은 공기가 인근 아파트촌을 상쾌하게 적셔준다.

서울 시내에서 마시는 공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인지 중증 장애인들의 터전인 '쉼터요양원'을 찾아가는 길은 숨 쉬는 것조차 즐거웠다.

쉼터요양원은 말 그대로 재활이나 치료가 불가능한 중증 장애인들이 머무는 곳. 대부분 지각능력이 없고 말조차 하기 힘들 만큼 장애가 심각하다. 전체 수용자 90명 중 스스로 거동이 가능한 장애인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박일남 쉼터요양원 원장은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복합적인 장애를 갖고 있다"며 "자기 의사 표현이 불가능해 요양원 직원들이 밥 먹는 것부터 배설까지 모든 것을 도와줘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50여명 직원들 만으론 장애인들을 제대로 돌보기가 쉽지 않았다. 식사 한끼 해결하는데도 전 직원이 매달려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그래서 쉼터요양원은 도움의 손길을 찾아 나섰다. 기업체나 봉사단체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띄운 것이다. 이 때 흔쾌히 중노동이나 다름 없는 중증 장애인 돌보기를 자원하고 나선 기업이 바로 현대모비스다.

3년 전 모비스 홈페이지에서 쉼터요양원의 어려운 사정을 접한 사회공헌 담당자가 직접 현장을 둘러본 뒤 직원들의 봉사활동 참여를 유도, 이곳과 인연을 맺게 됐다.

봉사활동 2년째인 구매기획팀 김도형 사원은 "몸은 심하게 불편해도 마음만큼은 우리들보다 더 순수하고 따뜻한 분들"이라며 "이곳에 올 때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의미를 곰곰이 되씹게 된다"고 말했다.

쉼터요양원 1층에는 직원들 사무공간과 식당, 2층에 장애인 쉼터가 있다. 2층으로 올라가니 개나리, 장미, 목화 등의 명패를 단 12개의 방이 일렬로 배치돼 있다. 개나리 방에 들어서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자, 안쪽에서 "어서 오세요, 반가워요"라는 뜻밖의 인사말이 들려왔다.

박 원장에게서 대다수 장애인들이 말을 하지 못한다고 들은 터라 의아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 때 옆에 있던 조성예 복지사가 "지태 오빠에요. 지태 오빠는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말도 잘하고 지각능력도 있어요"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온 몸이 경직된 채 침대에 누워있는 김지태(30)씨 곁으로 다가가자 다시 한번 인사말을 건넨다. 몸만 움직일 수 없을 뿐, 정상인과 다름없는 또박또박한 말투다. 김씨는 이곳에서 맏형 노릇을 한다.

14살 때 근육위축증으로 입소해 벌써 16년간 살아온 터줏대감이다. 처음에는 기어 다니거나 앉아서 움직일 수 있었으나, 증세가 심해지면서 지금은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신세가 됐다. 몸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을 체념한지는 오래 전이지만,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무척 힘들었다.

지금은 손가락까지 마비돼 그림을 그릴 수 없지만, 4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개인전시회를 열 정도로 미술에 재능이 뛰어났다. 조 복지사는 "지태 오빠가 그림을 잘 그려 우리 요양원의 자랑거리였다"며 "이젠 손이 굳어 그릴 수 없지만… "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때 방 한쪽 구석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나무로 보호막을 만든 공간에 20대 후반의 청년 한명이 앉아 있었다. 그는 뭔가 말을 하려는 듯 했으나,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조 복지사가 "시각장애인 지영권 오빠에요. 뇌 병변이 있어 말도 잘 못하지요. 움직이면 위험해 낮에는 보호막에서 생활해요. 우리 얘기를 듣고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 거에요"라고 알려줬다.

개나리 방을 나와 옆방인 장미 방으로 가자 4~5명의 어린이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알아듣기 힘든 인사말을 건네온다. 몸은 전혀 움직이지 못하지만 표정만큼은 천사처럼 해맑은 모습이다.

유독 작은 체구의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쉼터요양원의 최연소자인 김원중(8)군이다. 뇌병변 장애로 걷지를 못하는 김군은 다른 장애인들과 달리 아버지가 직접 이곳에 맡겼다고 한다.

"원중이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엄마가 가출을 하자 아버지가 직접 맡겼어요. 명절 때나 가끔 아버지가 찾아 오시죠. 평소 엄마 아빠가 보고싶은지 슬픈 표정을 지을 때는 가슴이 너무 아파요." 조 복지사가 눈물을 글썽인다.

장애인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다 보니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전체 90명 중 부모가 있는 장애인은 불과 5명. 이런 연유로 대다수가 자신의 이름은 물론 나이조차 모른다.

서울시립아동병원에서 진단을 통해 대충 나이를 짐작할 뿐이다. 박 원장은 "의사능력이 없는 데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탓에 신상정보를 알 수 없어 요양원에 들어온 뒤에야 이름도 짓고 호적도 만든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셈이다. 박 원장은 "중증 장애인들이 육체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워낙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복지시설보다도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며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을 요청했다.

두시간여 동안 지켜 본 중증 장애인들의 삶은 기자의 고개를 절로 숙이게 만들었다. 이들은 삶을 비관하기보다는 숨쉬는 것,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하고 기뻐하며 살고 있었다.

●현대모비스 사회봉헌활동

현대모비스 구매기획팀 김영진 대리는 매달 한번 쉼터요양원을 찾는다. 동료 직원 10여명과 함께 중증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장애인들에게 밥을 먹여주고 책도 읽어주다 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뭔가 베풀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장애인들과 친해졌기 때문인지, 함께 어울리는 것 자체가 기쁘고 즐겁다.

현대모비스의 사회공헌활동에는 전 임직원들이 동참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하기 힘든 봉사활동을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하면 동료애도 생기고 작은 힘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보람도 느낀다고 한다.

현대모비스 임직원들은 소외계층에 대한 위문품 전달, 연탄 등 각종 생필품 배달 등 다양한 공헌 활동을 통해 나눔의 기쁨을 체험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도 임직원 30여명이 경기 양주에 있는 광명 보육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였다.

매주 토요일마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랑나눔 릴레이'의 일환이다. 임직원들은 이날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고 노래와 춤 등 장기자랑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현대모비스는 본사 뿐만 아니라 전국의 사업장도 자매결연을 맺은 인근의 사회복지시설을 매주 방문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모비스 창원공장 임직원들은 지난해 자매결연을 맺은 경남 창원시 대산면 모산리 '빗돌배기 마을'을 찾아 농기계 등을 전달했고, 이 마을은 답례로 특산품인 서리태콩을 선물했다. 임직원들은 단감 수확 및 감꾸러미 만들기에도 참여했다.

모비스는 2006년부터 경기 이천과 울주 등 사업장 인근 농촌마을을 방문, 도ㆍ농 간 상생협력을 확산하는 농촌사랑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아름다운가게에 전달한 재활용품도 5만여 점이 넘는다.

모비스는 해외 법인이 진출한 곳에서도 현지 실정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 장쑤모비스 법인은 매월 한 차례 이상 인근 고아원 및 지체장애아 수용시설, 양로원 등을 방문해 생필품 전달, 장애아에 대한 수술비 지원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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