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7일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상임위마다 쟁점법안을 처리하려는 여당과 이를 저지하는 야당이 맞붙었다. 사실상 2차 법안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 와중에 국회 사무처가 오후 1시 본청 출입제한 조치를 내리자,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이 조치에 따라 경위들이 본관에 들어오려는 야당 보좌진 및 당직자들을 막으면서 몸싸움이 발생, 2층 유리문이 일부 파손되기도 했다.
여야가 가장 살벌하게 대립 중인 문방위는 아예 회의도 열지 못했다. 민주당이 사흘째 회의실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45분께 고흥길 위원장과 한나라당 나경원, 진성호 의원이 회의실 입장을 시도했으나 민주당 당직자들의 저지로 15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전날 밤 늦게 쟁점법안에 대한 표결처리를 시도한 정무위도 파행을 거듭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오기 전에 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점거한 것. 김영선 위원장의 요청에도 야당 의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국토해양위는 법안심사 소위 도중 이병석 위원장이 주공, 토공 통합을 내용으로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에 대한 심사기일을 이날 오전 10시30분까지로 지정하면서 여야 의원들 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떠밀려 넘어지며 병원에 호송됐다.
난전 속에서도 법안을 처리한 상임위도 있었다. 행안위에서는 '마스크법'으로 불리는 집시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민주당은 1월6일 원내대표 간 합의를 지켜 집시법 상정에 동의키로 했다"며 "조진형 위원장도 집시법은 합의처리한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법사위도 전체회의를 열고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이밖에 민주당은 원내대표 간 합의를 깨고 미디어법을 기습 상정한 고흥길 문방위원장에 대해 "국회운영을 사실상 파행으로 유도했다"며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상임위 충돌을 더욱 예민하게 만든 것은 김 의장의 직권상정 문제였다.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할지, 한다면 어느 법안들을 할지를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김 의장이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를 취소하자, 민주당 등 야당은 "직권상정을 위한 수순"이라고 맹비난했다. 본회의 취소는 민주당의 회의장 및 의장석 점거를 막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쟁점법안 직권상정의 사전조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후 2시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김 의장을 집중 공격했다. 정세균 대표는 "국회의장이 대통령과 형님의 주문을 그대로 따르는 하수인이 돼 버렸다"고 했고, 원혜영 원내대표도 "김 의장이 민생ㆍ경제 법안을 처리하자고 하면서 국회 문을 굳게 잠가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긴박하게 진행되자 여야 모두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한나라당은 "다음달 3일까지 국회에서 1시간 이내에서 비상대기하라"고 주문했고, 민주당은 밤 8시에도 비공개 의총을 열어 국회의원 및 보좌진 전원에게 다음달 3일까지 대기령을 내렸다.
이 와중에 한나라당 임태희,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회동해 협상을 벌였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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