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해 인도 대륙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유력 정치인의 사랑과 이별, 납치와 실종 등 영화 같은 요소가 겹치면서 이 사건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6일 보도했다.
인도 북부 하랴나주 부지사 챈더 모한(43)은 지난해 12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유력 차기 주지사로 점쳐지던 그가 이슬람으로 개종했다고 전격 선언한 것이다.
두 자녀까지 뒀지만 역시 이슬람으로 개종한 여성과 이미 재혼했다는 폭탄 선언도 곁들였다. 주민 2,300만명 대부분이 힌두교를 믿는 하랴나주에서 무슬림 부지사는 정치적으로 용납될 수 없었다.
개종 선언 직후 그는 부지사 직에서 해임됐고 재혼 상대인 변호사 아누라다 발리(37)도 주정부의 고문변호사 직위를 잃었다. 주정부측은 "종교와는 관계 없다"고 말했지만 발리는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해고됐다"고 흥분했다.
모한은 2004년 발리를 처음 만나 혈서로 편지까지 보낸 끝에 연인이 됐다. 하지만 힌두교를 믿는 모한의 부인이 이를 눈치채고 그만 만날 것을 요구했고 모한은 고민 끝에 발리와 새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모한은 무슬림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부인을 4명까지 둘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개종 후 결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혼 수주 전에 무슬림이 됐기 때문에 개종의 '진정성'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랴나주 주지사 출신인 모한의 부친은 아들과 의절했으며 발리는 "모한은 다른 정치인과 확연히 다른 영광스러운 길을 택했다"며 남편을 옹호했다.
불안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모한이 지난달 하순 갑자기 사라지면서 사태는 더욱 확산됐다. 발리는 남편이 납치됐다고 신고했다. 그러자 친 형 집에 머물던 모한이 TV에 출연해 "전 부인과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으며 이에 흥분한 발리는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병원으로 실려갔다.
모한은 며칠 후 TV에 다시 나와 "나는 여전히 무슬림이며 발리와 결혼한 것도 맞다"고 밝힌 후 잠적했다. 하지만 발리는 "내 인생이 망가졌다"고 울먹이면서 남편을 혼인빙자 간음죄로 고소했다. 경찰은 최근 모한의 편지를 공개했는데 그는 힌두교와 무슬림 이름을 모두 표기한 편지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영국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력 정치인의 개종, 정부와의 결혼 등을 통해 인도에서 종교의 위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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