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5년 만에 흑자를 냈다. 한은은 지난해 손익을 결산한 결과, 3조4,0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겼다고 26일 밝혔다. 흑자 규모는 2001년(4조2,143억원) 이후 7년 만에 최고다.
한은은 일반 기업처럼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내는 곳도, 시중은행처럼 고객을 상대로 이자수익을 얻는 곳도 아니다. 때문에 거의 절대적인 손익이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으로 결정된다. 외환자산을 잘 굴리면 수익이 늘고, 못 굴리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하지만 지난해 대규모 흑자는 원화 환율 급등 덕이었다. 1년 동안 환율이 25%가량 오르다 보니, 운용을 통해 남긴 달러ㆍ유로ㆍ엔화 등 자산의 원화 환산가격이 그만큼 더 늘었다. 나라 경제를 위협하는 환율 급등이 한은 수익에는 효자였던 셈이다. 반대로 올해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 한은은 또 적자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 환율이 꾸준히 하락했던 2004~2007년 한은은 매년 1,500억~1조8,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남긴 수익은 정부재정에도 짭짤한 이득을 줬다. 한은법상 한은의 수익은 10% 내부적립을 빼면 대부분 정부 세입으로 들어간다. 정부는 이번에 1조5,000억원을 한은에서 받아갔다. 요즘 같은 세수 부족 상황에선 가뭄에 단비 같은 수입인 셈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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