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북한의 후계 구도에 대해 "3대 세습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일성 주석_김 위원장에 이어 3남 정운 혹은 다른 아들이 북한을 통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새삼 힘을 받고 있지만, 3대 세습의 어려움을 지적하는 반론도 많다.
국정원은 25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3대 세습 가능성의 근거로 ▦김 위원장의 아들이 아닌 다른 사람이 후계자가 될 경우 내부 갈등이 확산될 수 있고 ▦과거 다른 공산국가 붕괴 시 혈통 세습이 아니어서 전임 권력자를 폄하한 기억이 있고 ▦현재 북한에 세습설, 후계설에 대한 저항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었다. 이는 "김 위원장이 권력 승계 과정, 또 퇴임 후나 사후에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혈통 세습을 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1961년 노동당에 입당해 선전선동부, 조직지도부에서 능력을 입증하고 경쟁자들을 숙청해가면서 당 중앙위 정치위원에 임명된 74년 사실상 후계자가 됐다. 이 과정에서 '수령인 김일성의 혁명 전통을 가장 훌륭하게 계승,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은 김정일'이라는 혁명계승 후계자론도 만들었다. 결국 수령에 대한 충실성, 인물 능력 본위의 기준으로 다시 후계자를 찾다 보면 김 주석 일가인 '만경대와 백두산 혁명 가계', 즉 김 위원장 아들이 후계자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한 대북 소식통은 "지금 북한에서 인민들이 그나마 가장 인정하는 집안이 김일성 가계인 만큼 인물 능력 본위론을 내세우면 김 위원장 아들로 권력이 이어지는 것을 누구도 섣불리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후계자가 됐던 70년대와 지금은 천양지차다. 당시에는 북한의 경제사정이 비교적 괜찮았고, 김일성 부자에 대한 북한 인민과 권력 엘리트들의 충성도가 높았다. 당연히 2대 세습에 대한 반감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체제 위기가 심화되고 개방도 많이 이뤄진 상태여서 3대 세습 논리가 먹혀 들지 않을 공산이 크다.
또 김 위원장은 김 주석이 사망한 94년까지 20년 간 북한을 함께 통치하며 후계자 수업을 받아 50대가 됐지만, 지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아들들은 아직 그런 경험과 능력이 부족하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권력투쟁 속에서 살아남은 카리스마형 인물이고, 혁명 1세대 지지 속에 군부와 노동당을 장악했고, 주체사상 체계화 등 이데올로기적 성과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그 아들들은 능력을 검증 받지도 못했고 주변 여건도 여의치 않아 3대 세습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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