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동태찌개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 무렵 빗방울이 떨어졌다. 20여 년 동태찌개만 팔아 속속들이 동태와 양념 냄새가 밴 가게에 비 비린내가 섞였다.
점심 손님 다 받아 할 일 없는 가게의 아주머니 두 분이 삐딱하게 하늘을 올려다본다. "비가 더 오시려나?" "오시려면 지금 오셔야지." 죽이 잘 맞는다.
"더 오실 것 같음 무를 더 썰구." "어째 찔끔대다 말 것 같은데…" 가만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오후부터 비가 내리면 술손님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칠 테니 찌개에 들어갈 무나 동태를 미리 손질해놔야 한다는 말씀이다.
퇴근 무렵 비가 내리면 술 한 잔 하려던 손님들도 부랴부랴 귀가를 서둘러 그날 저녁 장사는 공친다는 말씀이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은 금과옥조 같은 말씀이 동태찌개에 든 지라만큼이나 고소하다.
그날은 다행히 일기예보가 맞았다. 한차례 지나가는 비가 내릴 거라고 했다. 지난 겨울 내내 기상청은 들쭉날쭉 엇갈리는 보도를 했다. 하루종일 맑다더니 느닷없이 폭설이 내리는 식이었다.
500억원이나 들여 설치했다는 슈퍼컴퓨터에 대해 말도 많았다. 차라리 동화 속 소금 찬 할머니의 일기예보가 낫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할머니의 소금주머니 같은 주머니 하나쯤 차게 될 것이다. 날씨도 맞추고 그날 가게 매상도 맞추는.
하성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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