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은 빛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요. 그는 환경을 탓하기보다 삶의 에너지를 기쁘게 누렸던 사람입니다.”
불꽃으로 화한 노동자 전태일(1948~1970)의 삶이 만화 <태일이> 로 다시 태어났다. 월간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2003년 가을부터 지난 1월까지 연재됐던 작품을 돌베개 출판사가 전5권으로 엮었다. 작가는 최호철(44)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이다. 태일이>
“1980년대 말 제대하고 뒤늦게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 을 읽었습니다. 그 시절 누구나 그렇듯, 충격으로 다가왔고 내 삶이 죄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내가 미대생이어서 그런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태일의 어린 시절, 공장에서의 삶이 아름다운 이미지로 떠오르는 거예요.” 전태일>
그 ‘이미지’를 이야기로 엮어보고 싶다는 최 교수의 바람은 20여년 동안 계속됐다. 1988년 청계피복노조가 운영하는 노동자문화학교에서 전태일의 삶을 10쪽짜리 단편만화로 그린 게 시작이었다. 그 뒤로도 간간이 1컷짜리 만화로 전태일을 그려냈다. 그리고 2003년, 마침내 그 바람을 펼쳐놓을 기회를 얻었다.
“전태일을 어린이용으로 만화로 그릴 생각은 못 했어요. 그런데 막상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하자니 전태일의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는 자기가 처한 환경을 개선하려 했고, 그럴 만한 총명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사람이었죠. 성대모사도 잘하고 유머도 풍부하고… 어린이 위인전이 갖고 있는 요소가 전태일의 삶에 풍부하게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최 교수는 ‘시대의 분노’에 갇혀 있던 전태일이 어린이 만화라는 틀 속에서 ‘빛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가난한 시장 풍경과 산동네, 미군부대를 담은 투박한 터치의 그림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1960년대 소규모 봉제공장과 신산한 살림살이를 그린 풍경이 마치 김홍도의 조선시대 풍속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태일은 자기와 주변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연민과 사랑을 가지고 바라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부조리에 용감히 맞설 수도 있었을 거예요. 요즘은 그런 눈빛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인 것 같습니다. 용산 참사에 대한 무관심에서 보듯 모두들 차가운 눈빛만 지니고 사는 세상인 것 같아요. 내가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바로 전태일의 따뜻한 눈빛입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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