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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10> 기계 녹색르네상스로 재도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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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10> 기계 녹색르네상스로 재도약하라

입력
2009.03.0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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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화수동에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그린센터. 실은 폐수처리시설이지만, 2007년 12월 건물을 지으면서 그린센터로 명명했다. 폐수처리시설이라고 보기엔 외관과 실내 모두 이름만큼이나 깨끗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부터 선박, 트럭, 버스 등에 들어가는 엔진을 비롯해 굴삭기와 지게차 등을 생산하는 회사. 당연히 폐수가 적지 않게 나올 수 밖에 없다.

기계를 깎고, 페인트를 칠하고, 시운전하고…. 그래서 어찌 보면 오염이 가득할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린센터를 거쳐 인천 바다로 흘러가는 물은 물벼룩이 살 정도로 깨끗하다.

물벼룩은 수질오염 경보기에 쓰일 정도로 깨끗한 물에서 산다. 4대 강의 안전을 책임지는 수질환경관리공단은 물고기와 물벼룩 활동량을 측정해 독성물질을 감지하는 장치를 갖췄을 정도다. 그린센터의 '청결함'은 걸러진 물의 화학산소요구량(CODㆍ낮을수록 좋음) 수치로 증명된다.

오염 측정 법규 기준인 COD는 130(㎎/ℓ) 이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의 내부 기준은 52에 불과하다. 그린센터에서 나오는 실제 수치는 9. 그린센터에서 나오는 물이 밖에 있는 물보다 더 깨끗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공장의 환경을 책임지는 임종만 EHS(환경ㆍ보건ㆍ안전) 담당 상무는 "COD를 비롯해 각종 수치를 법규나 내부기준보다 크게 낮추다 보니 비용이 더 들어가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인 만큼 2007년 말 새 시설을 완공해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환경에 대한 투자는 오너의 결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기존 옥외 폐수처리시설 대신 옥내 그린센터를 도입한 것도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부회장의 지속가능경영 노력 덕분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상반기 박 부회장 주재로 선진기업의 친환경 활동과 사례를 발표하는 친환경 보고대회도 열었다. "이익이 나면 뭘 하나. 친환경 경영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다. EHS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는 어떤 성장도 안 된다"는 박 부회장 말이 녹색 성장의 주 배경이 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의 환경 활동을 한 데 모은 환경보고서를 내달 첫 출간한다. 환경 이슈와 최고경영자(CEO) 메시지, 친환경 시스템과 향후 비전 등을 자세히 담아 '그린 두산인프라코어'의 얼굴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2~3년 안에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도 내놓을 예정이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녹색 공정'도 필수적이다. 공작기계를 가공할 때 빠르게 회전하는 절삭공구와 가공물 사이에 엄청난 마찰열이 발생한다. 열을 식히지 않으면 제품이나 공구 모두 변형될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기계 사이에 흘러 넘칠 정도로 많은 양의 절삭유를 넣어줘야 한다. 폐절삭유 처리가 기계 가공업체의 대표적인 환경 문제인 까닭이다.

그래서 모든 제조업체들이 생산 단계에서부터 폐기물 절감과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환경친화형 기술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금형가공기에 '세미드라이'라는 가공장치를 장착했다. 이는 극미량의 미세(1.0㎛ 이하) 절삭유를 고압 공기와 혼합해 가공 부위에 공급함으로써 폐수와 폐유 발생을 대폭 줄인 최첨단 환경친화형 가공법이다.

동일한 작업을 하는데 기존 장비는 150ℓ의 절삭유가 필요한 반면, 세미드라이를 얹은 가공기는 불과 1ℓ의 절삭유만 있으면 된다. 이 제품은 성능 못지않게 친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제품 생산 단계에서도 '녹색 코드'는 필수적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유리섬유 등 분리 및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는 납품기업으로 선정하지 않고 있다. 재활용이 어려운 FRP 소재로 만든 제품도 마찬가지다.

임 상무는 "환경을 책임지지 않고는 장기적으로 기업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그린 성장을 위한 투자를 적극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정부정책 방향은/ '그린 테크놀러지' 통해 세계 유망시장 창출

기계산업은 그 자체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분야는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생산되는 공작기계와 건설장비 등은 지구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CO2)와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다.

그러기에 기계산업 또한 환경규제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미 환경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선진국들이 환경규제를 주도하면서 기계제품에 대한 환경기준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더 까다로워질 환경규제에 미리 대비하지 않고는 국내 기계산업이 '고효율 청정생산'을 구축할 수 없다. 정부는 이에 따라 '그린 테크놀러지(Geen Technology)를 통한 기계산업 재도약'을 비전으로, '고효율 청정 생산기반 구축'을 핵심 프로젝트로 각각 설정해 세 가지 추진전략을 세워놓았다.

첫째,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세계적 핵심역량 구축이다. 배출가스 오염 저감기술을 적용한 농ㆍ산업용 디젤엔진을 개발하고 절전형 공작기계 등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계설비를 만드는 것이 좋은 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유로-4엔진에서 보듯, 기술은 곧 새로운 시장 확보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둘째, 안정적인 성장기반 구축이다. 기계산업의 환경경영 촉진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안정적 성장기반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마지막으로 미래 유망 분야인 그린 신시장 창출이다.

신재생 에너지 설비, 환경설비, 수자원 관련 산업을 기계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기계산업이 지나간 시대의 전유물만이 아닌 이유다.

■ 두산인프라 엔진 연구개발 총괄 이홍구 전무

두산인프라코어의 CNG엔진이 장착된 1호 버스가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고객에게 인도됐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미국 내에서도 환경규제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캘리포니아주(州) 사정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구릉이 많은 캘리포니아 지역은 과거 스모그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았다. 다른 지역보다 친환경을 유독 강조하고,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CNG엔진의 최대 시장이기도 한 이유다.

미국은 현재 CNG 1ℓ당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1.2g 미만인 'US 07' 배기규제를 적용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배출량을 0.2g 미만으로 낮춘 'US 10' 을 도입할 예정인데, 캘리포니아는 이의 절반 수준이다.

"캐터필러와 존디어 등 세계적인 버스엔진 회사들이 새 규제를 충족하는 엔진 개발에 한계를 느끼고 CNG엔진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CNG엔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커밍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엔진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두산인프라코어 이홍구(사진) 전무는 '그린 비즈니스' 사업에서의 자신감을 이렇게 강조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캘리포니아에 공급한 CNG엔진은 커밍스 제품보다 엔진 구조가 단순하면서 가격, 출력, 배기량 면에서 모두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마케팅 활동만 강화한다면 친환경 버스 엔진의 선두주자가 될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또 하나의 자랑은 작년 초 개발에 성공한 유로-4엔진. 유로-4는 경유 자동차에 적용하는 배기가스 허용기준을 수 년마다 강화하는 환경규제로, 여기에 맞지 않으면 유럽지역으로의 수출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도쿄대 공학박사 출신인 이동인 상무의 주도로 개발된 두산인프라코어 유로-4엔진은 내년 10월부터 도입될 유로-5 기준도 일부 충족한 우수 제품이다.

이 전무는 "유로-4엔진은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에 '우레아'라는 환원제를 뿜어내 오염물질(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수증기로 분리하는 SCR(선태적 환원촉매 저감) 방식을 도입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운전자가 환원제인 우레아를 별도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완전 연소된 배기가스를 엔진에 다시 넣어 태워 오염물질을 줄이는 EGR방식보다는 다소 불편하다.

하지만 이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버스 차고지 등에서 우레아가 공급되고 있어 연비와 친환경성에서 휠씬 우수한 SCR 방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무는 "유로-4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엔진이 아니라 공기정화기를 달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환경성을 자랑한다"며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엔진산업 부문은 유로-4엔진 성공 덕분에 매출은 10%, 이익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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