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40대 이상 성인에서 복부비만으로 인한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이 크게 늘고 있다. 그 뿌리를 인슐린저항성에 두고 있는 대사증후군의 원인으로는 과음, 과식과 운동부족에 따른 복부비만 외에도 유전, 임신부의 영양부족으로 인한 신생아의 저체중, 스트레스를 꼽는다.
이런 대사증후군을 유발하는 요인을 발견해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제2형 당뇨병은 물론 죽상동맥경화로 인한 심장과 뇌혈관계 질환, 즉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을 일으켜 생명을 크게 위협 받는다. 대사증후군에 의료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년 전 조사에서 성인 남자의 24.0%, 여자의 23.4%에서 대사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2001년에 실시한 국민영양조사에서 정상성인 남자의 24.5%, 여자의 26.1%에서 대사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의학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서양인보다 생활습관이 비교적 양호하고 비만한 사람도 적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는 것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자가 면역 메커니즘이나 바이러스 등 특별한 원인에 의해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아 발생하는 제1형 당뇨병을 제외한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80%가 대사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공복혈당장애나 내당능장애인 사람도 40~50%가 대사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경우 대사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71%였고 이 중 복부비만을 포함한 비만증인 사람이 70%, 인슐린 분비가 감소된 경우는 30%로 조사됐다.
즉, 당뇨병환자의 70%는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 분비가 제대로 됨에도 불구하고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인슐린저항성 당뇨병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곧 대사증후군이 당뇨병의 전단계임을 말해주는 것으로 이는 대사증후군을 잘 치료하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성립돼 대사증후군의 예방과 치료를 통해 당뇨병의 유병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언론에서 '당뇨대란'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당뇨병환자가 급증하는 최근의 추세로 볼 때 이는 당뇨병을 줄이는 매우 중요한 단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많은 의사들은 당뇨병을 치료하는데 혈당 조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자들도 혈당이 떨어지면 당뇨병이 잘 치료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물론 혈당조절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대사증후군이라는 개념에 입각해 전인적인 차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혈당만이 아니라 고혈압과 이상지혈증을 함께 관리하고 더 나아가 대사증후군 뿌리인 인슐린저항성 유무를 파악해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대사증후군 개념을 정립하고, 식사와 운동요법으로 복부비만을 해소하고 인슐린 작용 개선제를 사용한다면 당뇨병은 물론 이로 인해 유발되는 죽상경화성 심장혈관 및 뇌혈관 질환의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허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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