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호와 이지운(이상 LG). 85년생 동기인 이들은 10년 가까이 농구공을 만지면서 단 한 번도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안양고와 동국대를 나온 기승호와 배재고-한양대를 거친 이지운. 강호와는 거리가 먼 고등학교였고, 주류에서 벗어난 대학교였다.
프로무대를 밟았지만 그저 몇 년 뛰다 군대를 다녀오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그저 그런' 선수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전체 9순위(기승호)와 12순위(이지운) 선수가 데뷔 첫 해 딱히 활약을 펼쳐주는 예는 극히 드물었다. 둘 다 애매한 신장에 내세울 만한 특기도 딱히 없었다. 그저 열심히 뛰고 죽을 각오로 수비를 하는, 그런 전형적인 '새내기'였다.
그러나 기승호와 이지운은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코트를 밟았다. 기회를 준 강을준 감독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어느덧 기승호와 이지운의 밀착수비는 LG가 자랑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리고 25일. 두 동기생은 LG의 승리를 이끌고 나란히 인터뷰 카메라 앞에 섰다.
창원 LG의 새내기 듀오가 팀에 소중한 1승을 안겼다. LG는 2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08~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서울 SK와의 원정경기에서 27점을 합작한 기승호와 이지운의 활약을 앞세워 79-75 승리를 거뒀다.
충격적인 연패에 빠지며 추락을 거듭했던 LG는 2연승의 반등세로 6강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반면 SK는 19승24패가 돼 7위 인천 전자랜드(22승21패)와의 승차가 3경기로 벌어졌다. SK는 경기 종료 6분 전과 4분 전 외국인선수 그레고리 스팀스마와 테런스 섀넌이 5반칙으로 코트를 물러난 것이 뼈아팠다.
안양에서는 주희정(34점 5리바운드 8어시스트)의 스피드가 하승진(23점 15리바운드)의 높이를 넘어섰다. 주희정의 활약을 앞세운 안양 KT&G는 하승진의 높이로 맞선 전주 KCC를 연장 접전 끝에 91-86으로 꺾었다. KT&G는 23승21패로 LG와 함께 공동5위를 유지했다. 하승진은 개인 역대 최다 득점을 경신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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