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할 3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수장 진용이 다시 짜여졌다. 조석래 전경련회장이 연임하고, 사공일 무협회장이 새로 취임한데 이어 25일 손경식 대한상의회장도 연임이 확정됨에 따라 향후 2~3년간 국내 민간 경제계는 이들 3두 마차가 이끌어가게 됐다.
재계와 업계에선 그러나 수장의 면면으로 볼 때 이들 3단체의 역할과 위상이 과거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무협을 주목하라
그간 이들 3단체의 역할은 뚜렷이 구분되어 있었고, 그 중심에 전경련이 있었다. 전경련은 일종의 ‘오너 클럽’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경제계의 대(對)정부 창구역할도 해왔다. 상의는 유일한 법적기관으로 기업 전체(회원사 6만5,000여개)를 아우르면서 전경련과 일정역할을 분담해 왔으며, 무역협회는 수출쪽으로 특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수장인사를 계기로 이 같은 역할구조엔 미묘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즉, 무협에 큰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변화의 중심엔 사공일 신임 무협회장이 있다. 사공 회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고 최근까지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지금도 대통령 경제특보와 G20정상회담 조정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경제참모다. 이런 거물을 영입한 무협에 중량감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공 회장도 취임 후 “정부와 긴밀히 소통할 수 있다” “금융 때문에 수출 못하겠다는 얘기는 안 나오도록 하겠다”는 말로, 향후 역할에 대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무협은 이날 상근부회장에 오영호 전 지식경제부차관까지 영입, 수뇌부의 무게감과 짜임새를 높였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힘있는 회장이 무역인들을 대표하게 됨에 따라 수출과 관련된 각종 애로가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전경련과 상의는?
전경련도 ‘조석래 2기 체제’ 출범을 계기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사실 MB정부 첫해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조에도 불구, 전경련의 역할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맞아 대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이 절실한 상황인 만큼, 전경련으로선 ‘규제완화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25일 전경련 주도로 ‘잡 쉐어링을 위한 30대 그룹 대졸초임삭감안’을 발표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경제난 타개를 위해 재계가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솔선수범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실 상의는 현 정부 출범 후 다소의 추락을 겪어야 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전경련이 ‘괘씸죄’를 사는 바람에, 상의가 기업측 대정부 창구역할을 수행했고 그만큼 위상도 높았던 것이 사실. 그러나 MB정부하에서 전경련이 재계의 대표성을 회복함에 따라 상의의 운신폭은 상대적으로 비좁아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수출과 함께 경기회복의 큰 축인 내수가 결국 수많은 상공인의 손에 달린 만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불리는 손 회장의 연임과 함께 상의의 입지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