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를 펴다 우연히 사무실 천장에 눈이 갔는데 등박스에 동그란 딱지가 붙어 있다. 뭘까. 자세히 보니 '영안타'라고 씌어 있다. 이 건물에 방염 자재를 댄 회사의 제품 이름인 듯했다.
평상시에도 비좁은 복도를 지날 때면 벌컥 열릴 문에 머리라도 찧일까 경계하곤 했다. 만일의 경우 복도가 연기에 휩싸인다면 우르르 한 번에 사람들이 몰린 복도는 피난로의 역할을 잃게 될 것이다.
비상구처럼 생긴 문도 세 개나 있다. 불현듯 대연각 화재가 떠오른 건 요즘 계속되는 화재와 폭발 사고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매트를 들고 떨어지던 사람의 사진을 볼 때마다 아비규환이었을 1971년 성탄절 아침이 되살아난다.
사망자 163명 중 38명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사람들이었다. 그나마 우리 사무실은 6층이다. 소방차의 고층 사다리가 닿을 수 있는 최고 층수는 15층. 15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2007년 기준 500만 명이었다.
강남의 초고층 아파트에서는 매일 가상 훈련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참에 가상 훈련에 들어갔다. 완강기를 펼치고 노끈은 풀었는데 그 다음이 문제다.
시간만 질질 끌다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문득 올려다본 천장, 강렬한 붉은 글씨의 '영안타'라는 딱지가 누군가의 염원을 담은 부적처럼 붙어 있다.
하성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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