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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아름다운 '빛' 선물… 각막기증 시력·색맹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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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아름다운 '빛' 선물… 각막기증 시력·색맹과 무관

입력
2009.03.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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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을 기증함에 따라 장기기증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김 추기경 선종 이후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밝힌 사람이 하루 평균 40명 선으로 이전보다 8배 가량 늘었다. 각막 기증 신청자도 3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1960년대부터 시작된 국내 각막이식 수술이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 수입에 의존하는 각막 이식수술

사람이 사물의 상(像)을 인식하려면 빛이 각막과 렌즈, 유리체 등 혈관이 없는 투명한 조직을 통해 굴절해 망막에 초점을 맺어 시신경을 통해 대뇌로 전달돼야 된다. 이 가운데 각막은 창문과 같은 투명한 조직인데, 염증이나 상처 등으로 인해 흐려지면 실명한다.

각막이식 수술은 이처럼 흐려진 각막을 제거해 빛이 망막에 온전히 다다를 수 있도록 다른 투명한 각막으로 바꿔 주는 것이다. 이 수술은 각막 혼탁으로 인한 시력장애 환자에게만 해당된다.

망막질환이나 안구위축, 시신경장애, 약시 등 다른 질환으로 실명되면 각막 이식수술을 해도 소용이 없다. 각막 이식 수술은 요즘 대부분 초정밀 레이저(인트라레이즈)를 사용하는 '레이저각막이식술'이 쓰인다.

각막이식을 위한 안구적출은 사망 6시간 이내 해야 하며, 특수 용기에 보관하면 최대 2주일까지도 수술에 쓸 수 있다. 현재까지 안구 전체를 이식하는 수술은 불가능하며, 각막과 결막, 공막 등 일부만 가능하다. 이식수술에 주로 쓰이는 부위는 시력과 관련된 각막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각막 이식만으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은 2만 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연간 수술 건수는 200여건(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통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는 각막이식 수술은 국내에서 기증하는 각막이 부족해 대부분 미국과 호주 등에서 쓰고 남아 수입되는 각막에 의존하고 있다. 각막이 비싸지고 각막 이식 수술비가 높아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수입 각막이식 수술의 경우 환자는 수술 의료행위 비용과는 별도로 300만원 가량의 각막비용을 따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각막 비용 없이 수술비(19만~26만원 정도)만 내면 되는 '국산' 각막이식 수술과 대조된다.

한 안과 전문의는 "미국과 호주 등에서 쓰고 남은 각막도 주말에 모아 항공편으로 한국에 보내지기 때문에 대부분 토요일 오후나 월요일 오전 일찍 수술한다"고 말했다.

■ 안구 기증하면 공막도 활용

국내에서 각막이식이 활성화하려면 수입 각막에 의존하는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기증자에게서 나오는 국산 각막을 더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 국산 각막은 수입 각막의 10분의 1 정도의 비용(수술비 포함)으로 이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서 안구를 기증하면 각막과 함께 공막도 사용할 수 있다. 기증된 공막은 안구 외상을 입은 환자나 눈 수술 후 합병증으로 공막궤양, 공막염에 걸린 환자들에게 이식되는데, 그 면적이 넓어 한 번의 기증으로 여러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안구를 기증하면 무엇하나 버릴 것 없이 모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

각막 기증은 5~80세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기증자의 평소 시력이나 근시, 난시, 색맹 여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다만 전염성 질환(간염 보균자, 에이즈, 패혈증 등)으로 인한 사망과 라식, 백내장 수술자는 기증이 불가능하다.

실제 기증하려면 생전의 기증 의사, 뇌사나 심장사 판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본인이 기증 의사 표시를 했어도 유족이 반대해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도움말 강남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 삼성서울병원 안과 정태영 교수, 누네안과병원 최태훈 원장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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