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재건하고, 회복시키겠다. 미국이 이전보다 더욱 강해진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밤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취임 후 첫 상ㆍ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미국민의 인내와 단결을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시 최고사령관이자,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지도자로서 무거운 책무를 의식한 듯 비장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어조로 국민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50여분간 계속된 연설의 화두는 '현실'과 '희망'이었다. 경제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솔직히 알리고, 냉엄한 현실 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국을 건설하자는 호소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래서 연설의 거의 대부분을 경제 문제에 할애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의 연설을 "경제문제의 깊이를 인식시키고, 미국의 끈기를 상기시키는 레이건식 격려가 뒤섞인 것"으로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부실경영과 탐욕으로 미국경제를 처참하게 추락시킨 은행, 자동차회사, 분수를 모르는 일부 사치층에 대한 국민의 분노에 공감을 표시하며 "구제금융은 국민의 세금을 받는 기관과 사람을 도우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달랬다. 그는 "정부 지원을 받는 은행들에게 전적인 책임을 묻겠다.
납세자의 돈이 납세자를 위한 대출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하겠다"며 "이번에는 CEO들이 국민의 돈으로 연봉을 챙기고, 값비싼 옷을 입고, 제트비행기를 타고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 환호를 끌어냈다. "분노를 통해 나라를 이끌거나 정치에 함몰될 여유가 없다"고 한 대목에서는 국민의 좌절감과 울분을 다독이면서 국가적 역량을 결집시키겠다는 결연함이 묻어난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국가적 과제는 에너지, 건강보험, 교육 이렇게 세가지 였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원유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자립, 고비용 구조의 건강보험과 무너지는 학교에 대한 대응 여하에 따라 위기 탈출이 좌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역사상 유례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태양광 기술을 만든 우리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독일이나 일본에 뒤져 있다"고 말했다. 또 "신형 하이브리드(자동차)가 조립라인에서 나오고 있지만 그 배터리는 한국산"이라며 미국 에너지 분야의 후진성을 질타했다.
논란이 된 '임기 내 재정적자 절반 축소' 발언에 대해서도 재차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26일 예산안의 의회 제출을 앞두고 "한줄 한줄 연방예산을 따져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제거하고 있다"며 "이미 2조달러의 낭비 요소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외교안보에서는 이라크 전쟁을 책임 있게 끝내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극단주의 세력을 패퇴시키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데 그쳤다. 핵확산의 위협을 강조했지만 북한 핵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공화당의 반응은 엇갈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밝힐 때는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으나, 경기부양법을 거론할 때는 야유를 보냈다.
오바마 연설 직후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루이지애나 배턴 루즈의 주지사 공관에서 한 공화당 대표 연설에서 "민주당은 우리의 몫이 아닌 돈으로 필요하지 않은 곳에 돈을 쓰고 있다"며 "후손들에게 빚을 지우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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