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중ㆍ대형차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은 소형차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그간 소형차에 강점을 보여온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겐 오히려 위기가 기회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에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소형차에 승부수를 두고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들과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파산과 생존의 갈림길에 놓인 미국의 GM은 유동성 위기로 신규 사업 추진을 거의 중단한 상태다. 그런데도 최근 소형차 '시보레 크루즈' 생산을 위해 5억달러(약 7,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무너져가는 공룡 GM이 뒤늦게 소형차 개발에 눈을 돌린 것이다. GM 스스로 소형차 경쟁력 저하를 몰락의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와 일본의 도요타가 고연비 소형차로 미국 소비자들을 유혹할 때 GM은 캐딜락, 뷰익 등 대형 세단과 트럭 위주의 생산라인에 안주해왔다. 그 결과 GM은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의 권좌를 도요타에 내주며 이제 생존마저 위협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GM의 사례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고 있다.
이미 세계 자동차 시장은 소형차만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소형차 판매량은 2000년 1,057만대에서 2005년 1,305만대로 급증했다. 2010년에는 1,584만대, 2015년 1,800만대로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2000~2015년 소형차의 판매 증가율은 4.7%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체 차종의 판매 증가율 2.7%를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소형차 생산 및 판매 비중이 높은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에겐 새로운 기회가 되는 셈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에너지 절감형 고연비 차량에 대한 신용지원에 나설 경우 소형차에 강점이 있는 현대ㆍ기아차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현대차의 소형차 판매 비중은 2007년 말 기준 47%로 GM(34%)과 도요타(36%)에 비해 월등히 높다.
물론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빅3' 업체가 소형차 생산체제로 전환하면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자동차 시장이 소형차 생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소형차 부품에 경쟁력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 역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2010년부터는 미국 빅3가 소형차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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