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나는 지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는데 어떻게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라고 할 수 있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5일 30대 그룹 채용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연 뒤 신입사원들의 연봉을 최대 28% 삭감하겠다고 발표하자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물었다.
실제로 이날 전경련은 임금 삭감안에 대해서는 연봉 액수별로 삭감폭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면서도 정작 이로 인해 생길 재원의 규모와 늘어나는 일자리 수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못했다. 통상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얼마의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 삭감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 순서일 텐데 완전히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전경련도 할 말은 있다. 각 그룹 계열사의 개별 사업장에 따라 여건이 모두 다른 만큼 정확히 얼마나 임금을 줄이게 될 지 집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과장된 숫자를 발표했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쏟아질 비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임금을 깎는 데는 동의하나 지금은 도저히 새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조차도 “일자리 나누기가 불가능한 기업도 있다”며 이를 시인했다. 결국 전경련은 아직 익지 않은 재계의 ‘협의’ 내용을 발표부터 하고 나선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전경련이 구체적 재원과 일자리 창출의 윤곽이 잡힌 뒤에 나오는 게 순리였을 발표를 서두르게 된 것은 정부가 19일 ‘공공기관의 대졸 초임 인하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방안’을 발표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사실 전경련 발표는 공기업 초임을 임금 구간별로 최대 30% 깎겠다는 정부의 발표와 거의 유사하다. “전경련이 현실성있고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해 국민적인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한 CEO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박일근 경제부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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