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성장동력', '방송통신 융합의 총아' 같은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출발한 인터넷기반 텔레비전 IPTV는 순항 중인가.
IPTV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앞선 인터넷기술을 바탕으로 빠른 시간 안에 케이블과 위성TV 등 유료미디어의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 예상됐었다. 그러나 24일로 실시간 상용서비스 100일을 맞은 IPTV는 가입자가 턱없이 적은데다 콘텐츠까지 부실해 힘겨운 걸음을 이어가는 중이다.
자칫 뉴미디어의 총아로 꼽혔으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DMB(disital multimedia broadcasting)사업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3일 열린 'IPTV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제언 토론회'(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주최)는 업계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기보다 정부에 IPTV 관련 규제완화를 촉구하는 '집단민원'의 현장을 방불케 했다.
참석자들은 "IPTV를 살리려면 빨리 모든 규제를 풀어달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소비자와 약속한 채널수는 60개가 넘지만 KT SK LG 등 3개 사업자 모두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채널 가동목표까지 뒤로 미룰 정도로 콘텐츠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는 업계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었다.
사업자들은 케이블TV와 경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콘텐츠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협조부족과 정부의 미온적인 규제완화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은 "기존 케이블TV와 차별화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며 누가 보더라도 이게 해결되어야 IPTV의 참모습이 나온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 PP가 200여개 되는데 그 중엔 IPTV에 배타적인 PP들이 있어 120개 정도만 IPTV에 프로그램 공급이 가능한 실정"이라며 "70~80개의 채널을 공급해서 기존 매체와 경쟁해야 하는 IPTV입장에서 보면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콘텐츠 부족에 이어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기대에 못 미치는 IPTV의 신규 가입자수이다. 1월말 현재 IPTV 실시간 서비스 가입자수는 불과 1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당초 업계에서 예측한 올해 가입자수 달성치(주문형비디오ㆍVOD 가입자 포함 300만명 이상)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 교수는 "IPTV 실시간 서비스 가입자 대신 VOD 가입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은 IPTV 업계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10만명의 실시간 서비스 가입자 중에도 무료서비스 기간에 가입한 사람들이 많아 실질 시청자라고할 만한 적극적 가입자는 이 중에서도 3분의 2에 불과하다는 계산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IPTV 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며 각종 법제를 초고속으로 마련하는 등 분위기를 몰아간 것이 지나쳤고, 이 같은 기본적 관점을 바꾸지 않는 한 IPTV는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성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한 DMB나 IPTV의 비즈니스 결과가 나쁜 것은 킬러 서비스가 없고 타 방송매체와의 차별성이 적으며, 서비스 실행을 위한 부처 간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가 IPTV를 '대박'이라고 하는데 절대 황금알이 아니며 이런 식의 접근은 이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IPTV가 부실한 출발을 보여주는 것은 관중, 즉 소비자에 대한 고려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업계와 정부는 정말 소비자가 IPTV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마케팅조사 먼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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