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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위장 부녀자 밤길 납치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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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위장 부녀자 밤길 납치 '경보'

입력
2009.03.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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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밤 12시께 서울 역삼동의 한 골목길. 집으로 향하던 여대생 신모(22)씨가 갑자기 뒤에서 돌진해온 진회색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에 치였다. 허리를 받혀 쓰러진 신씨는 차량 바퀴에 발이 깔려 복사뼈와 뒤꿈치가 여러 조각으로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다.

뒤이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40대 초반의 운전자가 당황하기는커녕 침착한 목소리로 "병원부터 가자"며 자신의 차에 탈 것을 줄기차게 요구한 것. 이상하게 여긴 신씨가 급히 휴대전화로 단축번호 2번을 눌러 "아버지 빨리 나오세요" 라고 외치자, 이 운전자는 황급히 차를 몰고 달아났다.

경찰 조사 결과, 신씨가 급히 적어둔 차량 번호는 아예 등록되지 않은 가짜번호였다. 하마터면 교통사고를 당한 뒤 납치될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입원 치료중인 신씨는 "아직도 무섭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밤길 부녀자를 노리는 범행이 갈수록 늘고 수법도 대담해지고 있다. 납치를 위해 교통사고를 가장하는가 하면, 여성 혼자 운전하는 차량을 뒤쫓아가 납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 여성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4건의 부녀자 납치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김모(35)씨 등 2인조 납치범들도 교통사고를 가장하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9일 밤 11시께 전북 익산 시내에서 김모(27ㆍ여)씨 차를 일부러 들이받은 뒤 김씨를 납치하려 했다. 다행히 김씨가 재빨리 달아나 화를 면했다.

이들은 이후 더욱 대담해졌다. 지난달 22일에는 서울 강동구에서 혼자 차를 몰고 귀가하던 이모(37ㆍ여)씨를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따라가 납치, 가족에게 요구한 몸값 1,000만원을 찾으려다 은행에 잠복 중이던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야간에는 큰 길이나 골목길, 지하주차장 할 것 없이 여성 납치 범죄의 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야간(오후 6시~오전 7시)에 15~60세 여성을 납치ㆍ감금한 사건이 906건으로 2003년의 3배를 넘는 등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야간에 여성을 노린 택시기사의 성폭행 범죄나 핸드백 날치기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경찰에 붙잡힌 택시기사 이모(34)씨는 광주에서 혼자 택시를 타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달 동안 무려 12명을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에서는 심야에 혼자 귀가하던 여성을 폭행하고 핸드백을 빼앗은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황으로 카드 빚 등을 메우기 위한 흉악범죄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심야시간대 여성들이 주 타깃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간단한 호신술과 위기 대처법을 미리 익히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휴대전화 단축번호 1번이나 2번을 112와 연결해 놓거나 밤늦게 한적한 곳을 갈 때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계속 통화하며 걷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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