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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초등 6학년/ <하> 6-3-3 학제개편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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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초등 6학년/ <하> 6-3-3 학제개편 필요한가

입력
2009.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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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에 있는 대안학교 '꽃피는 학교'의 중등 1학년생 20여명은 12세, 그러니까 초등 6학년생에 해당된다. 이들은 대전, 하남, 부산에 있는 이 대안학교의 초등과정을 5년 만에 졸업한 후 이곳에 왔다.

초ㆍ중ㆍ고가 연계돼 있는 '꽃피는 학교'는 현행 6(초등)-3(중등)-3(고등)년제가 아니라, 5-4-3년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선 주로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자연 속에서 뛰어 놀았던 아이들은 중학교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인문 고전들을 읽으면서 공부다운 공부를 시작한다.

김희동 교장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너무 놀았던지, '이제 공부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먼저 걱정까지 하며 자기네들끼리 교실에 남아 공부한다"고 말했다. 요즘 초등 6학년생들이 선행학습으로 단련돼 학교 수업은 시시하게 여기는 것과는 딴판이다.

김 교장은 "초등 때는 감성이 가장 발달하는 시기로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감수성, 창조성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인 12세부터 이성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지성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6-3-3의 학제는 1951년 수립돼 60년 가까이 지속돼왔다. 이 시스템이 그동안 급격하게 변한 학생들의 정신적ㆍ육체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은 비단 이 대안학교에서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20여년전과 비교해 당시 중1~2학년의 체격을 갖춘 6학년생을 여전히 아동으로 분류해 "몸에 맞지 않은 낡은 옷을 입혀 놓았다"는 지적이 교육계 안팎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어린이'도 아니면서 '청소년'으로도 인정 받지 못하는 초등 6학년생들의 불안한 사춘기 여정이 낡은 교육제도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2006년 참여정부의 교육혁신위원회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대대적인 학제 개편 논의에 착수, 1년여 동안 숱한 토론회를 열며 여론을 수렴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영철 한국교육원 연구원장은 "교육계도 대체로 학제 개편 필요성을 수긍하지만, 워낙 큰 사안이다 보니 대안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 당시를 비롯해 학제 개편 논의의 핵심은 늘 '초등 6학년' 문제였다. 발육 속도가 빨라져 이미 사춘기에 접어든 6학년을 중등 단계로 옮기자는 의견은 진작부터 제기됐는데, 대다수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초등 저학년과 고학년 학생간 발달 수준이 현격한 차이를 보여 같은 학교 안에서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6학년의 중등과정 이전 필요성에 공감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박재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제도연구실장은 "학제 개편 시 두 학년이 동시에 입시 및 취업 전선에 연쇄적으로 나서게 되고, 학교 시설과 인력 전반을 바꾸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드는 등 대가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학제 개편과 맞물린 교육 컨텐츠 개편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다. "입시 위주의 현행 교육체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6학년생을 그나마 부담이 덜한 초등학교에 두는 게 낫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더욱이 이 문제는 6학년만 옮기면 되는 게 아니라, 유아 교육부터 중ㆍ고ㆍ대학 과정까지 연쇄적으로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6학년을 중등으로 올리되 취학연령을 낮추거나 초등을 5년으로 축소할지 여부, 초등에서 뺀 1년을 중등에 넣을지 고등에 넣을지, 아니면 초등에서 대학까지 16년 과정 전체를 축소할지 등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계 각층의 '밥그릇 싸움'에 치여 논의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6년에도 초등을 5년으로 줄이는 안에 대해 '밥그릇 축소'를 우려한 초등교육계의 반발이 많았고, 취학 연령을 낮추는 데는 유아교육계가 강력 반발했다. 16년 교육연한을 줄여 고령화 사회에 따른 인력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제계 주장에 대해선 대다수 교육계 인사들이 반대했다.

논의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워낙 이해관계가 갈려 당시 대선 주자들도 학제 개편에 대해선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고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고 말했다.

논의만 무성하다 매번 흐지부지 되는 사이 6학년생들은 낡은 옷에 부대끼며 엉거주춤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김영철 연구원장은 "한꺼번에 바꾸기 힘들다면, 획일적인 초ㆍ중ㆍ고 구분을 넘어 지역이나 학교별로 3년 또는 2년제 학교 등 다양한 학년제 학교를 도입해 시범 운영해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학제개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 美·英·獨 등 외국의 경우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의 초중등 교육과정 학제는 매우 다양하다. 전체 교육연한은 정해져 있지만, 한국의 6-3-3년처럼 획일적인 과정을 고집하기보다 지역 특성이나 진로선택에 맞춰 다양한 학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분권에 기반하고 있는 미국은 학제도 주(州)에 따라 다르다. 초중등 교육과정의 전체연한은 모두 12년으로 동일하지만, 주에 따라 6-3-3제, 6-2-4제, 5-3-4제 등 다양한 학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Elementary School' 또는 'Primary School'은 만 6세에 입학, 대다수는 6년 과정을 거친다.

'Secondary school'로 불리는 중등교육 과정은 지역 또는 사립이냐 공립이냐에 따라 학제 구성이 다양한데, 학년의 경우 초등 6년에 이어 7학년에서 12학년으로 지칭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의 학제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고, 같은 명칭의 학교라도 그 성격에 따라 입학 및 졸업 연령이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6-5-2 학제를 기본으로 한다. 공립의 경우 만 5세에서 11세까지 6년간 초등교육 과정, 이후 5년간의 중등교육 과정을 거친다.

이후 학생의 선택에 따라 상급학교(Sixth form college)로 진학해 대학 입학을 준비하거나 직업교육학교로 진학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미국, 영국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전체 연한은 13년, 기본 학제는 4-6-3이다. 초등과정이 4년으로 짧은 반면, 중등과정부터 적성에 따라 다양한 선택의 길이 있다.

한국의 인문계 중ㆍ고교 과정을 아우르는 김나지움(Gymnasium)에 진학해 대학에 가거나, 중학교에 해당하는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에서 9학년까지 마치고 김나지움 또는 전문직업학교(Berufskolleg)에서 1년을 더 다닌 뒤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다. 실업계 중ㆍ고교 과정인 레알슐레(Realschule)를 졸업하면 전문직업학교에 갈 수 있다.

일본은 만 6세부터 소학교 6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각각 3년 등 6-3-3제로 한국의 학제와 가장 유사하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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