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이 안타깝다.""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마라."
최근 대학 졸업식장에서 총장들이 졸업생들에게 꺼내는 졸업식사의 단골 문구다. 사회진출을 축하하는 덕담이 오가야 할 졸업식장이 경제한파로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위로의 장으로 바뀐 것이다.
25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이기수 총장은 "10년 전 국제통화기금 환란시절 선배들이 취업난에 허덕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또 다시 이런 상황을 맞게 돼 안타깝다"면서도 "명확한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이루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총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빈민지역에서 고생했던 청년시절을 언급하며 "지금 취업이 결정됐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해서 불안해 할 일도 아니다"며 "영원할 것 같은 고통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된다"고 위로했다.
학사 4,176명, 석ㆍ박사 1,842명에게 학위가 수여된 이날 졸업식에서는 황영조(39)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이 이학박사학위를 받았고, 일본 유통업체 이온그룹 창립자 오가타 타쿠야(岡田卓也ㆍ84) 명예회장도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날 성균관대 졸업식에서도 서정돈 총장은 "어려운 시점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여러분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언제나 배우겠다는 겸허한 자세와 치열한 도전정신으로 여러분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23일 열린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의 졸업식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대학의 총장으로서 아니 선배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에게 더 나은 기회의 발판이 되어주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졸업생들에게 안쓰러운 눈길을 보냈다.
김 총장은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부딪힌 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하기보다는 냉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도 "희망은 오히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앞날을 향해 빛을 발한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졸업생들이 낙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